세계식량기구(FAO)가 올해초 발간한 전세계 식량사정 보고서중 축산분야 조사결과는 경제성장과 동물성 단백질 수요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개발 도상국의 2005년도 축산물 소비량이 1961년 대비 계란은 5배, 육류는 3.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반해 곡류 소비량은 거의 늘지 않았고, 근채류에 의한 영양분 섭취는 오히려 감소했다.
같은 시기 고도의 경제성장을 달성한 우리나라의 축산물 생산량은 비약적으로 늘었다. 소고기는 10배, 돼지고기는 14배, 닭고기는 30배, 계란은 13배, 우유는 무려 1444배 증가됐다. 경제 성장에 따른 동물성 단백질 수요가 증가한 대표적인 국가로 꼽히는 대목이다. 또한 우리나라 축산이 차지하고 있는 경제적 가치도 2009년도 통계에 따르면 농림업 총 생산액 39.7조원중 13.6조원으로 34%라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축산물 생산량 증대는 가축 사육규모 확대, 사육기술의 개발에 따른 생산성 증가, 가축 품종개량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동시에 기계화, 시설 자동화 적극 추진에 따른 규모화, 집약화및 산업화가 함께 이뤄지면서 우리 식탁의 축산물 먹거리는 더욱 풍성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에따른 국민 1인당 축산물 소비량은 1980년대 11.3㎏에서 2008년 35.6㎏으로 3배 이상 증가하면서 1인당 하루 영양 공급량도 크게 늘었다. 우리 국민의 식생활과 영양상태의 개선은 청소년들과 성인들의 체격조건을 몰라보게 바꿔놓았다. 지난 1970년대 스포츠 중계에서 듣던'체력의 열세''신장의 차이'라는 말은 이제 듣기 어렵게 됐다. 아시아권에서는 뒤지지 않는 신체조건을 가진 민족으로 거듭 태어난 것이다. 축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은 농촌진흥청이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는 안정적인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축산기술을 보급함으로써 가능했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축산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오로지 먹거리 생산에만 그쳐야 되는가. 도심을 벗어나 푸른 들판의 양떼 목장을 찾고, 신선한 치즈를 직접 만들어 맛도 보는 다양한 체험등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시험장이 자리한 남원시 운봉 지리산 바래봉 자락의 면양 사육장은 축산이 창출한 볼거리 문화의 대표적 사례가 아닐까 싶다. 유명한 바래봉 철쭉의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여 놓았다.
이처럼 가축을 통해 사람과 교감하면서 즐거움을 찾고, 사랑하는 심성을 갖도록 하고, 볼거리 즐길거리등 다양한 문화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본다.
축산을 포함 농업이 생산성을 높여 소득증대만 추구했던 것이 예전 우리 농촌개발 모습이었다. 그러나 어메니티, 환경보호, 고품질의 안전 농축산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이제 새로운 농촌개발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에는 도시의 정년 퇴직자나 귀농 희망자등 농촌에서 새로운 삶을 추구하려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비농업 부문 종사자들이 증가하면서 농촌 개발 전략에 있어 다양한 접근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축산은 농촌소득과 국민 건강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또 한편으로는 보고 즐기고 체험하는 문화의 한 축으로도 충분히 성장할 소지가 있다. 여기에도 눈을 돌려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 유용희(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 시험장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