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전주천 10년의 기록

조상진 논설위원

전주천은 임실군 관촌면 슬치(瑟峙·230m)에서 발원해 만경강과 합류하는 전주시의 중심하천이다.

 

남관, 신리를 거쳐 좁은목을 통과한 후 한벽당과 다가산 아래를 지나 추천대에서 삼천(三川)과 모아진다. 그리고 삼례교 부근에서 소양천에 몸을 섞는 32㎞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예전 전주천은 지금과 달리 한벽당에서 우회하지 않고 전주고- 덕진연못으로 곧장 흐른 뒤 추천으로 들어갔다.

 

전주는 이 전주천이 날라온 퇴적물에 의해 조성된 지역이다. 지하에는 매몰 퇴적층인 자갈층이 넓게 분포돼 있어 대수층(帶水層) 역할을 하여 지하수가 풍부했다.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의 '전주부'에는 당시 전주읍성내에 우물이 233개 있었다고 전한다. 이는 세종실록지리지(1454년)에 기록된 전주부의 호수 1565호, 인구 5829명에 비춰 우물이 꽤 많았음을 알수 있다.(새만금의 탯줄 만경강·동진강)

 

우리나라 대부분의 하천이 그렇듯 전주천의 수량은 많지 않았고 1980-90년대 시내권 전주천은 거의 하수도 역할에 그쳐야 했다.

 

여기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온 게'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이다. 이 사업은 2000년 4월부터 2002년 12월까지 한벽교- 삼천 합류지점까지 7.2㎞를 생태하천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오늘날 수많은 시민들이 아침 저녁으로 전주천과 삼천을 산책하며 여유를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이 사업 덕분이다. 이 사업으로 2-5급수였던 수질이 1-2급수로 개선되고 쉬리 납조리 동사리 각시붕어 등 1급수 어종이 돌아왔다. 최근에는 수달도 발견되었다. 또 전주천 둔치에 심어 놓은 물억새 등 토종 다년생 식물이 토착화되면서 메뚜기 등 곤충은 물론 뱀 족제비 살쾡이 등이 서식하게 되었다. 백로와 해오라기 왜가리가 증가했고 제비의 개체수도 점점 늘고 있다. 썩은 냄새가 진동해 코를 들기 힘들었던 전주천의 생태가 완전히 살아난 것이다.

 

가을이면 천변의 버드나무와 물억새군락이 조화를 이뤄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앞으로 과제는 유지용수의 확보와 유해 동식물의 제거, 편익시설의 확대여부 등이다. 이 사업이 성공하기까지 시민사회단체의 숨은 역할이 컸다. 민관 공동의 거버넌스가 힘을 발휘한 것이다.

 

전주의 역사와 선조들의 숨결이 오롯이 담겨있는 전주천을 소중한 친수(親水)공간으로 만들어 갔으면 한다.

 

/ 조상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