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⑤행복전도사의 하루

이상준 사회복지사(전주시정신보건센터)

 

"안녕하세요?"

 

정확히 오전 9시20분, 오늘도 어김없다. 경쾌한 인사 소리는 이렇게 매일, 같은 시간에 되풀이 된다. 1층에서 들리던 소리는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이어진다. 옆방 예방접종실에서 들리는가 싶더니 이번엔 내 방 정신보건센터 문이 열린다.

 

"안녕하세요?"

 

처리해야 할 업무 때문에 인사를 받을 짬이 없어 고개만 끄덕한다. "안녕하세요?"라는 소리가 재차 들린다. 이번에도 나는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고개만 까딱거린다. 또 다시 들리는 인사 소리…. 내가 졌다. 눈을 마주 보고 인사를 나눈다. 그제서야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주간재활실로 향한다.

 

이처럼 아침마다 보건소의 모든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하는 이가 있다. '덩달이'라는 별명을 가진 정신분열증이 있는 장애인이다.

 

오늘은 덩달이씨가 좋아하는 요가와 영상문화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그의 기분이 좋아 보인다. 회원들은 각자 바닥에 매트를 깔고 요가 수업 준비를 한다. 요가 강사가 '강아지 자세'를 해 보라 한다. 회원들은 상체와 다리가 직각이 되도록 몸을 편 다음, 양손으로 발가락을 잡고 천천히 몸을 굽혀 머리가 다리에 닿도록 한다.

 

그런데 덩달이씨는 계속 엉거주춤한 자세만 취하고 있다. 마음처럼 자세가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보다 못한 강사가 도와줄 요량으로 그의 등을 눌러보지만, 튀어나온 복부 때문에 쉽지가 않다. 그 모습을 보고 회원들이 웃음을 터트린다. 덩달이씨도 따라 웃는다.

 

요가 시간이 끝나고 덩달이씨는 회원들과 함께 보건소 근처의 분식집을 찾는다. 치즈떡볶이와 김밥 한 줄을 먹으며 요가 이야기, 연예인 이야기로 수다를 떤다.

 

점심 식사를 마친 회원들이 시내에 있는 영화관으로 출발한다. 덩달이씨도 그 틈에 끼어있다. 영화관에 도착한 회원들은 센터에서 준 티켓으로 영화를 관람한다. 영화를 본 뒤 덩달이씨는 영화표와 리플렛을 챙긴다. 센터에 있는 자신의 노트에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다. 표를 붙이고 영화 줄거리를 적는 것으로 센터에서의 일과가 끝난다. 덩달이씨는 아침에 그런 것처럼 보건소의 모든 직원들에게 일일이 "행복하세요."라는 인사를 남기고 집으로 간다.

 

집에 도착한 덩달이씨는 저녁을 먹고,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마트로 간다. 덩달이씨는 어려운 집안 살림을 돕기 위해 4년 전부터 동네 마트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마트 사장이 정신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그를 무시하고, 일만 많이 시켰다. 하지만 덩달이씨가 꾀부리지 않고 한결같이 열심히 일하자 그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지금은 여느 직원처럼 잘 대해주고 있다.

 

덩달이씨는 덜렁거리고 조심성은 없지만,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졌다. 항상 웃는 얼굴로 자신이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세상 한 구석을 행복으로 채우는 '행복전도사'가 된다.

 

※ 이 캠페인은 전라북도·전북일보·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가 공동으로 진행합니다.

 

/ 이상준 사회복지사(전주시정신보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