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正義)'가 요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못해, 아니면 정의로운 사회를 지향하기 위해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이명박 대통령이 던진 화두 '공정한 사회'도 큰 테두리에서 보면 '정의로운 사회'에 다름 아니다.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하바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가 우리 나라에서 출간된지 두 달만에 30만 부가 팔린 것은 경이적이다. 국민들이 얼마나 정의에 목말라 있는가를 역설적으로 말해 주는 것 같다. 편법과 반칙이 통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요, 미래가 없는 사회다.
그러면 정의란 무엇일까. 정의에 대한 정의(定義)는 너무도 많다. 종교와 정치, 법철학의 오래된 이슈였기 때문이다.
서양에서 정의론의 원조격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평균적 정의와 배분적 정의로 구분해 설명했다. 독일의 법철학자 헬무트 코잉은 여기에 보호적 정의를 첨가한다. 그리고 코잉은 정의에 관해 3가지 기본원리를 제시했다. 하나는 정직하게 살아라, 둘은 누구도 해(害)하지 말라, 셋은 각자에게 그의 것을 주라다.
마누 법전에 "인간이 죽은 후에도 길동무가 되는 것은 정의라는 친구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는데 재미있는 표현이다. 또 맹자가 말한"하늘에 따르는 자는 살고 하늘을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順天者存逆天者亡)" 역시 정의를 말하고 있다.
반면 정의에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영국의 속담인 '정의도 금력(金力)이 끄는 쪽으로 기우는 일이 가끔 있다'가 그런 예다.
또 일본의 천재적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는 이렇게 비아냥댔다. "정의란 무기와 비슷한 것이다. 무기는 돈만 내면 적도 살 수 있고 내 편도 살 수 있다. 정의도 핑계만 내세우면 적도 내 편도 살 수 있는 것이다. 자고로 '정의의 적'이란 이름은 포탄처럼 서로 던지고 받곤 한다."
이와 함께 파스칼은 "힘이 없는 정의는 무력하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라고 갈파했다. 더불어 함석헌은 "울음은 울어야 더 서러워지는 것이요, 정의는 내놓고 부르짖어야 높아가는 법"이라고 말했다. 물론 군부독재를 겨냥한 말이었지만 정의의 목소리는 높아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정의가 강물처럼' 흘렀으면 좋겠다.
/ 조상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