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의 클릭 주식시황] 완만한 속도의 금리 인상 기조 의미 살펴야

지난주는 증시가 2년3개월 만에 1800선을 돌파한 의미있는 한 주였다.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며 투자심리가 개선된 가운데 외국인이 1조원 가까이 매수, 시장 분위기 회복에 일조했다. 특히 외국인의 IT, 자동차 업종에 대한 매수세가 회복됐다.

 

또 하나의 이슈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이었다. 지난 9일 오전 장중 기준금리 동결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피는 상승폭을 빠르게 축소했는데, 시장이 금통위 결정에 실망했다고 볼 수 있다. 금리 결정을 앞두고 '금리인상=경기 여건의 양호함' 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측은 동결의 명분으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제시했으나 얼마 전 발표된 정부 부동산 대책과 보조를 맞춘 점 역시 부정할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당국과 시장 간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완만한 속도의 금리인상 기조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주가' 측면이다. 같은 금리 인상 기조여도, 진행 속도가 완만할수록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왔던 경험을 돌이켜 보면 그렇다. 1990년대 이후 미국 연준(FRB)이 기조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했던 것은 세 차례로 1994년 2월~1995년 2월, 1999년 6월~2000년 5월, 2004년 6월~2006년 6월이다. 첫 번째 경우 연준은 1년 사이에 정책금리를 3%p 인상했다.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자 시장은 횡보세를 보였는데, 같은 기간 동안 S&P500의 수익률은 -2.14%였다. 두 번째 경우 금리 인상 기간은 첫 번째 경우보다 오히려 짧은 11개월이었다. 하지만 인상폭 자체가 절반수준인 1.75%p에 그치면서 S&P500은 같은 기간 동안 8.48% 상승했다. 세 번째 경우 금리 인상 폭은 4.25%p에 이르렀으나 인상이 2년에 걸쳐 이뤄지면서 주가는 12% 상승했다.

 

다음은 '이익 전망'에 대해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더블 딥 가능성이 제한적이긴 하나 경기 불확실성은 상존해 있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의 이익 약화 우려 역시 쉽게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MSCI Korea 12개월 예상 EPS를 보면, 이익 수준 자체는 계속 높아지고 있으나 증가 속도(3개월전 대비 증감률) 측면에서 보면 이익 모멘텀이 빠르게 회복되진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완만한 속도의 금리 인상이 확인된 점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최근 불확실성으로 작용해 왔던 이벤트들이 해소된 가운데 1차적으로 관심이 가는 부분은 미국 증시이다. 유럽발 리스크에도 국내 증시가 선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지난 5월과 달리 유럽발 변수의 악재로서의 위력은 덜해졌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유럽발 리스크의 영향력이 제한적인 데에는 미국을 포함한 해외 증시의 선전이 자리잡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해서 볼 것을 애플의 주가 흐름이다. 지난해 3월 이후 국내 증시와 애플 주가가 동행해 왔다는 점에서, 그리고 IT업종 센티멘트를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이다. 애플 주가는 지난달 말에 박스권 하단지지 테스트에 성공했고, 최근엔 지난 6월말 고점 이후 하락 추세에서도 벗어나는 양상이다. 미국 IT 대장주의 긍정적 흐름을 보면 국내 증시는 다시 전고점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주에 미국 제조업지수와 소비자 신뢰지수가 발표될 예정인데, 소폭의 회복세가 예상된다. 다만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발표와 금리 결정이 예정돼 있어 긴축 가능성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수 상승으로 투신권 매도세가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외국인 매수가 유입되는 경기민감주 중심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