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4기 전북도정의 핵심정책은 성장동력산업과 새만금, 기업유치였다. 전북도민 대부분이 이 정책방향에 동의했고, 전북도정은 일사분란하고 역동적인 추진력을 보여주었다. 반면에 민선 5기의 정책방향은 민생, 일자리, 새만금으로 표방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어딘지 전보다는 힘이 부족하고 역동하는 느낌은 없다는 것이 세간의 중평이다. 느낌이 잦아지면 가설이 되고, 가설이 반복되면 사실이 아닌 것도 사실로 굳어진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민선 4기는 새만금을 중원에 두고 성장동력산업과 기업유치라는 투톱을 활용한 화려한 공격적 전형이었다. 반면 민선 5기는 새만금이 중원에 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민생과 일자리라는 수비를 두텁게 하는 일종의 수비축구인 셈이다. 민선 4기에 숨돌릴 틈 없이 내달렸던 호흡을 조금 가다듬고 수비를 두텁게 하면서 역습의 기회를 보자는 것이 민선 5기의 전략인 셈이다.
수비수들은 늘 궂은 일을 도맡아 하지만 빛을 보기는 어렵다. 정책의 관점에서 볼 때 민생과 일자리는 정말 어려운 주제다. 무엇보다 국가경제의 차원에서 근본적인 해답이 나와야 하고, 기초단체를 통한 현장에서 해결책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광역단체로서는 중앙정부의 민생정책을 잘 살피면서 기초단체의 현장을 지원하는 일종의 코디네이터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 셈이다. 지금의 상태는 갈 길은 멀고 마음은 바쁜데 아직은 이러한 정책적 전환이 완전히 몸에 배지 못한 상태라고 할 것이다.
민선 4기가 역동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목표가 분명하고 새로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선 5기라고 해서 비전과 새로운 목표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올해 초부터 조금씩 논의되기 시작하는 '공간'에 대한 개념이 좀 더 빠르게 숙성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민선 4기가 산업의 문제에 집중했다면, 민선 5기는 공간의 문제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포스트 새만금'을 새만금에 비견할만한 메가 프로젝트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새만금과 전주-익산-군산간의 연계를 강화해서 동북아시아를 대표하는 새만금 메가시티로 발전시키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새만금 명품복합도시를 전북의 기존도시들과 연계시켜서 광역적 단위에서 한국을 대표하고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경제허브로 만드는 꿈을 현실적 목표로 제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선 전주-익산-군산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을 수 있는 신교통수단을 도입하고, 세 도시의 연합이 가져올 성과와 과정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만경강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는 만경강을 오로지 '새만금 수질'의 관점에서만 보아왔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만경강에는 전주, 익산, 군산, 완주, 김제의 5개 도시가 모여있고 1백만의 인구를 끼고 있는 강이다. 이 강을 전주천에 못지 않은 생태와 문화의 강,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으로 만들면 인근의 도시들은 저절로 창조지역이 될 것이다.
동부권도 마찬가지다. 동부권을 새만금에 비해 소외된 지역이라는 소극적 관점으로 보지 않고 한국의 생태 체험관광과 청정 식품산업의 최적지라는 관점에서 개발사업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부안과 고창 역시 최근 각광받는 해양레저산업의 관점에서 공간 전체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새만금 내측호수에 수상공연을 기획해서 단기적으로 새만금 관광객을 유치하고, 세계적 습지로 인정된 고창의 갯벌체험을 연계하며 장기적으로는 위도와 같은 섬을 해양레저관광의 핵심거점으로 만드는 전략도 있어야 한다.
공간을 발전전략의 중심에 두는 관점은 최근 부상하고 있는 창조지역 혹은 창조도시의 개념에서 충분하게 드러나고 있다. 많은 선진지역들이 이러한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도시발전의 새로운 모델로 삼고 있다. 정책을 추동하는 전북도 뿐만 아니라 지역의 모든 주체들이 눈여겨 볼만한 전략이다.
/ 원도연 (전북발전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