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 누가 농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가?

나영삼(완주군지역경제 순화센터장)

추석이 목전이다.

 

우리 고향 마을은 평안할까? 겉보기와 달리 우리 농촌은 심각한 골다공증을 앓고 있다. 작목선택의 어려움, 불안정한 유통구조, 노동력 감소와 급속한 고령화, 열악한 사회안전망, 농민의 자긍심 상실 등으로 농촌 공동체가 급속도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처방전이 없던 시절은 없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란한 구호와 새로운 시책이 쏟아졌다. 그러나 결과는 늘 신통치 못했다. 종합 진단과 근본 처방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도 매한가지다. 정부는 비교우위 논리를 적용 구조조정을 통한 규모화와 수출농업에 매달리고, 지자체는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의 '1억 이상 버는 농부만들기'류의 성과 지상주의에 빠져있다.

 

식량자급율 25%로 OECD 최대의 식량수입국이 대한민국이다. 농지규모 1ha이하 농가가 63%이고, 연소득 1천만원 미만농가가 54%다. 안타까운 일은 80%에 이르는 다수 농가들의 경우 각종 정보와 정책에서 철저하게 소외되어 왔다는 점이다. 20%의 상업농, 선도농들에게 각종 재원과 서비스가 집중되면서 농촌사회의 소득양극화가 재생산, 심화하고 있다.

 

농업농촌의 본연의 역할은 1차적으로 국민과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일이고 이를 떳떳하게 보장받는 일이다. 소농이 사라져 지역사회가 붕괴되고, 단작화가 촉진되어 먹을거리 다양성이 원천적으로 제약되는 현실을 글로벌 푸드가 파고들고 있다. 지역농정이 가족소농과 고령농 문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들어 유행하는 것이 각종 지역개발사업이다. 읍면 및 권역개발, 마을만들기, 그린투어리즘 등이 새로운 시책으로 각광받고 있다. 농촌의 정주권을 개발하는 사업이 마치 농업농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처럼 호도되는 것이 문제다.

 

더더욱 심각한 일은 주민의 창의성에 바탕을 두고 주민자치운동으로 전개하여야 할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사업에서 정작 주민은 들러리가 되고, 애정도 관심도 책임의식도 없는 돈벌이꾼들, 소위 컨설팅 전문회사들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시군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농촌개발사업에 대해 물었더니 '주민들의 참여부족(17%)'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고 한다. 이는 스스로 크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신영복 선생이 말한 '입장의 동일함'에 서서 주민을 한 데로 묶어세우는 것이 사업의 핵심내용이자 최우선 과제인데, 이를 등한시하고 주민을 대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문제 해결과 지역재생의 원천적인 힘은 주민공동체에서 나온다. 기업유치는 더 이상 지역발전의 결정적 대안이 되지 못한다. 이들은 일방적으로 지역이 보유한 인적물적자원을 취할 뿐, 그 성과를 지역에 환원시키는 데 인색하다. 따라서 지자체는 주민조직 활성화를 돕는 정책과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이를 재정적으로 보장하여 주민자치기업을 육성할 수 있어야 한다. '소득안정', '일자리창출', '공동체회복'의 3대 전략을 실행하는 주체도 지역주민이다.

 

불현듯 '공정한 사회'가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한 사회'를 '강자와 약자가 공존하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정의한다면, 가장 먼저 잣대를 들이대고 치유해야 할 곳이 바로 농촌이다. 시혜의 관점이 아니라 호혜 공존의 원리, 주민자치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 나영삼(완주군지역경제 순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