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무적자

한국판 '영웅본색' 거친 액션, 탄탄 스토리

뛰어난 작품성이나 교훈적인 이야기도 좋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하지 않았던가. 잘생긴 훈남 배우들이 등장하면 작품성이고 교훈이고 일단 뒷전이 되고 마는 현실 말이다. 더욱이 연기까지 잘한다면 좀 빈약한 스토리쯤은 봐줘도 되지 않으려나.

 

어째든 이번 주에는 남자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영화 한 편 소개하려고 한다. 남자친구에게 다음 주엔 김태희 나오는 '그랑프리'를 봐 줄 테니 이번 주에는 주진모와 송승헌 좀 같이 봐달라고 해보자.

 

◆ 무적자 (드라마, 액션/ 124분/ 15세 관람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겠지만 '무적자'는 홍콩 느와르의 전설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영웅본색'이 어떤 영화인가. 아버지 세대는 말 할 것도 없고 선글라스와 성냥개비로 대두되는 이미지로 남녀노소에게 모두 각인된 전설적인 작품이다. 그러니 이 영화를 리메이크 한다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원작의 영광을 재현한 다해도 그 때의 인기를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인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무슨 자신감으로 이 작품을 택한 것일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어릴 적 헤어진 형제 혁(주진모)과 철(김강우)은 비극적인 운명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형 혁은 무기밀매조직의 보스로, 동생 철은 경찰로서 서로를 겨누게 된 것. 그 어떤 형제보다 서로를 위했던 그들이지만 운명은 잔인하게 다가왔다. 10년째 뜨거운 우정을 쌓으며 조직을 이끌어 가고 있는 혁과 영춘(송승헌)은 조직원이었던 태민(조한선)의 비열한 계략에 넘어가 많은 것을 잃고 만다. 조직에서 벗어나려는 혁과 조직을 검거하려는 철, 다시한번 부활을 꿈꾸는 영춘. 각기 다른 꿈을 꾸며 깊은 오해로 어긋나 있는 이들을 잡고 흔드는 것은 태민이다. 또 다시 태민의 음모에 휘말려 혁과 철, 영춘은 예상치 못한 결말로 향해 가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무적자'는 '영웅본색'의 2010년 버전이다. 그래서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보트씬이나 총격씬은 원작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하지만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이어 받으면서도 우리나라 정서에 맞도록 위조지폐 조직은 무기밀매 조직으로, 주인공 영춘을 탈북자로 설정을 바꾸었다. 가장 큰 차이는 더 잔인하고 무거운 결말. 이 결말을 포함에 '무적자'는 '영웅본색'의 화려한 비주얼 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깊은 스토리를 택한 점이 특이하다. 형제간의 엇갈린 갈등과 우리만이 느낄 수 있는 탈북자에 대한 이야기가 그 것. 문제는 이런 깊이가 공감이 감과 동시에 지나치게 진지함이 느껴져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 부담스러우면 어떠랴. '영웅본색'의 장국영과 주윤발 처럼 '무적자'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 배우가 넷이나 포진해 있다. 거칠면서도 차가운 김강우와 동생에 대한 사랑과 죄책감을 동시에 소화한 주진모, 남성다움의 대표주자 송승헌, 비열한 악역 연기를 멋지게 해낸 조한선은 각자의 캐릭터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무적자'는 분명 '영웅본색'이지만 또한 '영웅본색'이 아니다. 굳이 두 영화를 비교하자면 '무적자'의 허점은 넘치고 흐르겠지만 분명 그만의 멋은 존재한다. 특히 저 멋진 네 명의 배우 말이다. 이들이 '무적자'의 빈 곳을 모두 매울 수는 없지만 선조들도 말씀하셨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