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만시설도 없는데 아이 낳길 바라나

저출산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정작 농촌지역에는 분만시설을 갖춘 병·의원이 없어 문제다. 얘기 낳을 수 있는 인프라 확충에는 전혀 관심을 쏟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물론 산부인과 병·의원이 없어 얘기를 낳지 않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분만시설도 확충하지 않으면서 얘기 많이 낳으라고 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얘기 낳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도 탁아· 보육 문제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다.

 

전북지역의 경우 부안·고창·완주·장수·임실·진안·순창·무주 등 8개 군 지역이 분만시설을 갖춘 산부인과 병·의원이 없는 곳으로 밝혀졌다. 전주를 비롯한 시 지역에만 산부인과 병·의원이 있을 뿐 농촌지역에는 얘기 낳을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병·의원이 한 곳도 없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의원이 있다 해도 분만시설 없이 대부분 산모와 태아의 건강체크 등 주로 산전관리만 하고 있을 뿐이다.

 

부안지역의 경우 병·의원이 30개가 있지만 이중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곳은 의원급만 2개에 불과하고 그나마 분만실을 갖추고 있지 않다. 산모들은 돌발상황이 일어나거나 출산할 때 타 지역으로 원정출산할 수 밖에 없다. 경제적·시간적 부담도 크지만 심리적 부담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의사들이 분만 수요가 적은 데다 24시간 대기해야 하며 장비와 인건비 부담· 분만수술에 따른 의료사고 위험 등을 이유로 농촌지역 근무를 꺼리기 때문이다. 농촌지역의 출산율이 낮은 상황에서 분만시설마저 취약한 것은 저출산을 부추기는 심리적 요인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

 

저출산율이 높은 것은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독신 증가 및 높은 이혼율, 맞벌이 가족의 증가, 자녀 양육비 부담 증대, 자녀 양육에 대한 사회적 지원 부족 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또 저출산 비율을 낮추기 위해 출산장려금과 교육비 지원, 아이 수에 따른 세금할인 등 각종 혜택을 고려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주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분만시설도 없는데 얘기 낳으라고 하면 말이 되겠는가.

 

정부는 지난 5년간 19조원을 저출산 대책에 썼다고 하지만 이같은 취약한 분만시설 인프라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산부인과 공중의 배치·분만 장비 및 인건비 지원 등 농촌지역에도 분만실을 갖춘 병·의원이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