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송편용 솔잎

조상진 논설위원

추석이면 빠질 수 없는 게 송편이다. 고려시대 이래 추석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잡은 송편은 달의 열매를 상징했다. 또 차례상에 올리는 과일은 땅의 열매, 탕으로 끓인 토란은 땅 밑의 열매를 뜻했다. 즉 하늘과 땅과, 땅 밑의 열매를 모두 조상께 올린다는 의미였다고 한다.

 

송편은 멥쌀가루를 끓는 물로 익반죽한 다음 알맞은 크기로 떼어내 가운데 여러가지 소를 넣고 반달모양으로 빚었다. 그리고 송편을 찔 때는 솔잎을 깔고 쪘다. 송편이란 이름 자체가 솔잎을 깔고 쪘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옛부터 송편을 먹으면 소나무처럼 건강해지고 절개와 정조가 강해진다고 여겼다.

 

솔잎을 넣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방부(防腐) 효과를 위해서다. 식물은 다른 미생물로 부터 자기 몸을 방어하기 위해 여러 살균물질을 발산한다. 이것이 이른바 피톤치드(Phytoncide)다. 피톤치드는 공기중의 세균이나 곰팡이를 죽이고 인간에게 해로운 병원균을 없애기도 한다.

 

그런데 이 피톤치드는 침엽수에 많고 특히 소나무는 보통나무보다 10배 이상 강하게 발산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사를 지내는 신당이나 아이를 낳았을 때 치는 금줄에 소나무 가지를 꺾어 꿰어 두었다. 잡스러움을 물리친다는 뜻과 함께 병원균을 살균한다는 과학적 지혜가 숨어 있는 것이다.

 

추석이 9월이긴 해도 아직 음력으로 8월이라 날씨가 꽤 무덥다. 따라서 음식이 상하기 쉽고, 솔잎을 넣어 송편을 찌면 오랫동안 쉬지 않고 보관할 수 있다.

 

또한 맛과 향을 좋게 해 준다. 송편은 솔잎을 깔고 찌면 솔잎 향기가 은은히 배어 들어 향긋할 뿐 아니라 식욕을 돋구는 효과가 있다.

 

더불어 송편끼리 엉겨 붙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송편 사이사이에 솔잎을 넣으면 송편끼리 붙지 않고 본래 모양을 유지해 준다.

 

그러나 반드시 주의해야 할 일이 있다. 최근 몇년 동안 극성을 부리는 소나무 재선충과 솔잎혹파리 같은 병해충을 방지하려고 자치단체들이 나서 농약을 나무에 주사하거나 뿌렸기 때문이다. 소나무에 주사한 포스파미돈 액제는 고독성 농약이다. 산림청은 나무 주사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솔잎에는 농약성분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아 솔잎을 채취해선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솔잎도 함부로 사용해선 안되는 세상이다.

 

/ 조상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