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손녀에게 친구같은 할아버지의 행복

송희철 시집 '하부지의 노래'

송희철 시인의 장손녀 우주의 사랑은 유별나다. 16개월 밖에 안되는 젖먹이를 데려다 키웠기 때문에 기른 정이 있어서다. 그런 손녀딸이 처음으로 부른 이름은 '하찌'. 그러다가 하부지가 되고, 나중엔 할아버지가 되었다.

 

"나는 하부지라고 불리던 시절이 제일 행복했습니다. 애틋한 사연도 참 많았죠. 그래서 시집의 제목도 하부지의 노래로 한 것입니다."

 

송희철 시인이 펴낸 시집 「하부지의 노래」(신와산문사)는 그와 손녀딸의 사랑 이야기다. 송 시인은 "작아져야 비로소 들어설 수 있는 천진의 문, 그 문을 우주가 열어주었다"며 "천진한 애로 다시 태어난다는 생각으로 이 시를 썼다"고 말했다.

 

손녀에게 '하부지'는 '완전 친구'다. 시 속에서 우주는 '하부지'에게 '나랑 같이 가, 하면서 떼를' 쓰기도 하다가 '옛날에 옛날에'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엄마라도 되는' 양 '꼬마 잔에 꼬마 접시까지 받쳐 내밀기'도 한다. 그의 세상 배우기가 송 시인에게는 '허 허 허 허탈한 웃음'이면서 자신을 뒤돌아보게 만드는 청량제 역할도 한다.

 

"나에겐 우주 외에도 가연이, 율이, 우진이 등 예쁜 손주들이 있어요. 시집에선 우주 하나만 부르니,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조금도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주는 다른 모두의 이름을 대신하고 있는 겁니다. 이 세상 모든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좋은 할아버지가 되고 싶네요."

 

부안 출생인 송 시인은 1984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지푸라기의 노래」, 「지리산에 무릎 꿇고」 등을 펴냈으며, 윤동주 문학상, 전북문학상, 화랑공훈장 등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