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학자인 조용헌씨가 집 주인의 인생철학이 담긴 전국의 집을 소개한 「조용헌의 백가기행」(디자인 하우스)을 출간했다. 그는 '재산과 신분으로서의 집'이 아닌 '생각을 바꾸는 집'에 관해 소개하고 있다. 위로와 휴식은 집 밖이 아니라 집 안에 있다는 것(가내구원__家內家內)을 깨달아 전국의 고수들과 토론해 얻게 된 관점을 투영해 쓴 것이다. 사주와 풍수, 한의학에 대한 저자 특유의 해박한 지식이 넘실거린다.
이 책에서는 공사비가 2만8000원밖에 들지 않았다는 장성 축령산 자락에 있는 한 평 반짜리 도공의 오두막집, 지리산 악양에 있는 박남준 시인의 3칸짜리 초가집 '악양산방(岳陽山房)' 등을 만날 수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부잣집도 소개됐다. 축적한 부를 어려움에 처한 이웃과 나라를 위해 아낌없이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 살았던 부잣집으로 경주 교동 최씨 고택, 진주 효주 허만정 고택을 비롯해 예인의 풍류와 정신이 살아 숨쉬는 광주 의재 허백련 선생의 무등산 춘설헌, 구한말 조선 판소리의 메카인 전주 학인당 등이 공개됐다.
이 같은 집들을 통해 그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갖추어야 할 공간으로 차를 마시는 공간인 '다실(茶室)'과 '정원', 그리고 '구들장'을 갖추어야 한다고 썼다. 특히 다실은 '가내구원'의 이상을 실현하는 중요한 공간. 집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 또 필요한 것이 바로 자연이다. 그는 자연을 집안에 들여놓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을 정원이라고 봤다.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사라져가는 것이 구들장이다. 현대인 대다수가 사무실에 앉아서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니 척추 뒤쪽의 기혈이 흐르는 경락이 굳어 만병이 생긴다. 이를 풀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뜨거운 구들장에 등짝을 대고 '지지는 것'. 이처럼 그의 책엔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밝아지는 집, 그래서 '구원'받을 수 있는 집들이 소개됐다. 이는 우리 시대 '집'의 의미를 진지하고 열린 시각으로 바라봐야 함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