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과후 학교 운영 당초 취지 살려라

사교육 경감 차원에서 시행된 '방과후 학교'가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과후 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방과후 학교는 초·중·고교에서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시간에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을 마련, 운영하는 교육체제다. 다양한 학습 및 보육욕구를 충족시키고 사교육비 경감과 사회 양극화에 따른 교육격차를 완화시키기 위해 지난 2006년 전면 도입됐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이런 다양한 교육욕구를 충족시키기는 커녕 국·영·수에 치중되고 있고, 음악·미술·체육 등 특기 적성교육 비중은 갈수록 줄어 마치 학원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도내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중 국·영·수 비율이 전체의 49.4%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07년 상반기 39% 보다 10% 이상 증가한 것이다. 반면 음악 미술 체육 등 특기적성 프로그램 비율은 24.4%로 2007년 상반기 34.9% 보다 10.5%나 감소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또 상급 학교로 올라갈수록 국·영·수 관련 프로그램 비중(초등학교 40.4%, 중학교 45.7%, 고등학교 61.2%)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 것은 방과후 학교가 '방과후 학원' '입시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명백한 방증이다.

 

정부가 입시 위주, 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학교나 학생· 학부모들도 교과 위주의 방과후 학교를 선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민석 의원의 지적처럼 공교육 강화와 사교육 경감 효과도 없이 사교육의 역할을 장소만 바꿔 학교에서 하는 식이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 당초의 취지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 초등학교 1~3학년은 방과후 보육 및 교육욕구 해소, 4~6학년은 특기적성 및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학교 밖 교육을 학교 안으로 흡수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중학교는 수준별 교과보충 및 심화학습· 특기적성교육을 통한 사교육비 경감에, 고등학교는 수준별 교육과 스트레스 관리· 진로지도 등을 통한 능력 개발이 방과후 학교 운영 취지다.

 

이런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운영 주체인 학교장이 사명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 방과후 학교가 혁신적 교육체제를 표방하며 시행된 만큼 교육당국도 고삐를 늦추지 말고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