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문화재 전담 수사국은 위장에 능한 골동품 밀거래 시장이 머리 셋 달린 괴물 게리온과 비슷하다는 의미로 '게리온 작전'이라고 이름 붙인 수사에 착수했다.
독일 뮌헨 경찰의 제보를 받고 뮌헨 골동품상 집을 압수수색한 이탈리아 경찰은 집에 있던 수영장에서 엄청난 양의 고대 토기와 항아리를 발견하면서 사건을 해결했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집에서 압수한 서류에서 지역 도굴꾼의 우두머리 이름을 발견했고 수사는 확대됐다.
고대 도기 도난사건으로 시작한 수사는 결국 자코모 메디치라는 고미술품 불법 유통업자의 정체를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그의 창고에서는 골동품 수천 점이 발견됐고 결국 2005년 이탈리아 법원이 메디치에게 징역 10년형과 1만6천 유로의 벌금을 선고하는 것으로 10여 년에 걸친 긴 수사는 마무리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맥도널드 고고학연구소 연구원인 피터 왓슨이 쓴 '메디치의 음모'(들녘 펴냄)는 멜피박물관의 도기 도난 사건에서 시작해 메디치에 대한 선고가 내려지기까지 이탈리아 수사팀의 추적 과정을 담은 책이다.
영국 신문 '타임스'의 뉴욕특파원을 지내기도 한 저자는 소설 요소를 가미해 마치 한 편의 흥미진진한 수사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도굴 미술품의 유통 경로를 극적으로 그려낸다.
책이 말하는 도굴 미술품 유통경로는 충격적이다. 세계 유수의 경매 회사와 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유명 컬렉터들은 뻔히 실상을 알면서도 메디치 같은 유통업자에게서 미술품을 샀고 버젓이 세상에 이를 내놓는다.
저자는 불법 고미술품의 유통이 성행하는 것은 바로 이들 작품의 수요자인 박물관과 미술관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들이야말로 진짜 도굴꾼이자 불한당이다. 고고유물의 현실적인 필요는 그들에게서 비롯되었으며 사회 환원이란 명목과 세금 감면이란 실익으로 컬렉터들을 유인하여 그들의 소장품을 박물관에 기증하도록 만든다. (중략) 그들은 개탄스러운 이 문제를 척결해야만 하며 이탈리아와 세계 각지에서 반출되는 막대한 양의 아름답고 귀중한 문화유산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512쪽)
원제는 'The Medici Conspiracy'로 2006년 출간됐다. 세실리아 토데스키니 공저. 김미형 옮김. 564쪽.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