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투성이 소녀가 왕자를 만난 신데렐라, 전 세계 여성들의 '워너비(wanna-be·유명인을 동경하는 사람)' 캐리 브래드쇼(섹스 앤 더 시티 주인공).
이들에게 '구두'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사랑도 유명세도 남의 얘기였을 것이다.
또각또각, 높고 화려할수록 시선을 붙드는 매력에 많은 여성들은 금세 빠져들기 마련.
최유정씨(24·전주시 중화산동)도 그랬다.
"그냥 구두가 좋았어요."
구두가 좋은 이유를 묻자 잠시도 망설임 없이 답했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를 갓 졸업한 최씨는 올해 2월 수제화 전문 쇼핑몰 '슈이너스(www.shoeinus.com)'를 열었다.
"친구들은 취업 준비도 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은 시기였죠. 저는 구두를 좋아하니까 뭔가 연관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고민하던 중에 '결혼하고도 할 수 있으니 좋을 것 같다'며 남자친구(이성호씨)가 쇼핑몰을 적극(?) 추천하더라고요. 이거다 싶어 시작했죠."
'최악의 경우, 6개월 동안 한 켤레도 못 팔 수도 있다'는 독한 다짐을 했다. 수제화는 주문 제작이라는 특성 때문에 가격과 시간 면에서 기성화에 비해 수요 폭이 넓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 반 기대 반이었던 처음과 달리 이제 갓 반년이 넘은 쇼핑몰은 제법 인기를 얻으며 자리를 잡았다고.
"오전에 출근하면 온라인 상담과 주문 확인부터 광고나 프로그램까지 챙기다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죠. 2주일에 한 번씩 촬영이 있는데 그때부턴 일이 더 늘어요. 그래서 또 주말도 휴일도 없이 일하게 되고…. 예전처럼 친구들과 만나서 편하게 놀 수 있는 제 시간도 없을 정도죠."
또래 친구들이 누리는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했던 젊은 사장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요즘 같은 쇼핑몰 홍수 속에서'그게 되겠어?'라며 만류하는 친구도 있었다. 누구나 한다고 너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따끔한 질책도 있었다. 하지만 이 일이 좋고 즐거워서 어떤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는 당찬 모습은 발랄한 청춘 그대로였다.
"주변에 취업을 한 친구들을 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더라고요.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고 업무에 치이고 제대로 쉴 수도 없고…. 저도 쌓인 일을 처리하다 보면 지치기도 하지만 친구들에 비하면 시간 활용은 자유로운 편이다 보니 오히려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또래에 비해 많은 수입과 여유로운 출퇴근 시간 그리고 예쁘고 화려한 신발이 가득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최씨.
모든 여성의 '로망(roman)'일 것 같은 그의 삶이지만 짜증나는 일도 있을 법 한데.
"가장 힘든 건 사용한 제품을 환불 요청하거나 주문 제작임을 이유로 하나하나 만족스럽지 않다며 트집 잡는 고객들을 대할 때에요. 수제화는 기성화와 달리 주문이 들어와야 제작을 하기 때문에 반품이 들어오면 다시 판매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드물게 끝까지 억지쓰는 분들도 간혹 있어서 좀 힘들죠."
그래도 최씨는 "점점 단골 고객도 늘고 길을 다니다 우연히 저희 제품을 신은 분들을 보면 반가워요. 예쁘게 신고 다니시는 걸 보면 기쁘고 그런 작은 만족감이 저를 계속 일할 수 있게 하는 힘인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빠른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고, 자신의 선택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행운까지 얻었다.
"직원들이 새 신발을 신고 오면 괜히 '신발 샀네?'라며 뼈있는 농담을 하며 단속도 하게 되고, 친구들이 저희 제품 구매하지 않으면 섭섭하기도 하더라고요. 점점 소심한 사장이 되고 있답니다."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최유정씨.
어린 나이지만 자신의 일을 즐기는 모습은 많은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심어줄 것이다. 벌써 먼 훗날을 내다 보며 수제화 쇼핑몰의 전망까지 점치는 어른스러운 최씨의 웃음에 더 밝은 내일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