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배추와 4대강

 

배추가격으로 온 나라안이 소란스럽다

 

서민들은 배추가격이 너무 비싸 사다 먹을 엄두가 안난다고 하고 음식점에서는 김치를 추가 주문하면 음식값에 2,000원까지 추가하고 있다. 유통업자들은 배추확보에 혈안이 되어있다. 그럼에도 농업인들은 배추생산량이 많지않아 소비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떼돈 버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배추도 시장에서는 상품이다. 유통업자들 에게도 적정한 이익이 보장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니 유통업자의 농간으로만 치부할 일도 아니다. 문제는 왜 이런 배추사태가 발생했는지, 원인은 무엇이고 그 해법은 무엇인지 주목해야 한다. 배추부족사태가 기상악화에 따른 작황부진 탓이라고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주장하고 야당과 농업관련 학자들은 4대강 사업으로 시설채소 생산이 줄어든 탓이라고 주장한다. 금번 배추부족 사태는 기상악화에 따라 작황이 안 좋은 것도 분명 원인이다. 하지만 농축산물 특히 채소류의 특성을 두고 분석해 보면 4대강 사업에 따른 시설채소 면적 감소가 주요 원인임은 분명해 보인다. 농축산물은 살아있는 생물이고 중량이 무겁다보니 유통과정에서 비용이 많이들고 훼손되거나 상품성 하락이 다반사다. 중간 유통업자들은 이런 위험성 때문에 적극적으로 유통마진을 챙기고 가격이 폭락시 농업인들을 압박해 헐값에 매매하도록 한다. 시장에서의 영향력이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농업인 입장에서 시장에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에 중간유통업자에 의해 시장이 좌지우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농축산물의 특성과 유통환경은 시장에 출하되는 물량이 조금만 넘쳐가면 가격이 폭락하고 반대로 조금만 부족하면 폭등하는 현상이 반복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4대강 사업으로 시설채소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부인한다고 해서 될 사안이 아니다. 기상악화에 따른 작황부진과 생산량감소가 있었다 할지라도 4대강 사업이 아니었다면 배추사태가 이처럼 심각하게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 이란 점이다. 더구나 배추를 비롯한 채소는 서로 대체재의 역할을 수행한다. 특정채소가 부족하면 다른 채소를 구입해 소비하기 때문에 이미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채소류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장에서 소비자는 조금이라도 값이 싼 채소를 찾다보니 모든 채소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에 공급되는 채소류총량은 부족하고 수요는 많다보니 중간 유통업자들은 유통마진을 극대화 할 기회를 맞았던 것이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채소 시설하우스는 철거되었고 수없이 많은 생산활용 하천부지가 사라졌다. 악착같이 먹을거리를 생산하던 농업인들의 농업사랑·농촌사랑도 4대강 사업 앞에서 그 의지가 꺾였고 그 피해는 농업인을 넘어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전가되었다. 거듭 말하지만 농축산물은 시장에서 5%만 과잉 생산되면 가격이 폭락하고 5%만 부족하면 가격은 폭등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시설채소재배면적이 약 10% 줄어들면 대란이 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런 사실을 극구 부인·외면하고 대책 없이 수입배추와 양배추에 의존하는 정부와 청와대의 문제인식 및 대안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농지를 재산이나 특정집단의 개발대상으로만 인식하는 현정부의 인식이 치유되지 않는 한 농축산물 대란은 일상화 될 수 밖에 없다. 농업·농촌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적정한 농지보전, 식량 수급계획을 새롭게 짜야 한다. 피눈물 흘리는 농업인의 땅을 빼앗는 4대강 사업의 업보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늦었다고 하지 말고 가진자와 못가진자, 사람과 자연, 농업인과 소비자가 함께 상생하는 정책을 배추대란에서부터 찾기를 진심으로 바랄뿐이다.

 

/ 황만길(지역농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