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이 지역을 바꾼다] ②학교 문화예술교육

농촌 작은학교, 예술교육서 새 희망 찾는다

양평 조현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뮤지컬 수업. 아이들이 자유스럽게 앉아 전문 예술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desk@jjan.kr)

문화의 시대, 삶의 질과 연관되는 문화예술교육은 제도권 교육에 한정되지 않지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은 역시 학교다. 그동안의 학교 예술교육은 체험과 소통, 창의성과 예술적 감수성을 중시하는 향유자 중심 교육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 '예술을 통한 인성교육'의 측면도 고려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같은 학교 문화예술교육에 최근 변화가 생겼다. 학생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처한 도시 인근 농촌 작은학교가 중심이 됐다. 예술강사 파견 등을 통해 학교 문화예술교육 활성화에 나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지원 사업도 든든한 힘이다.

 

특성화 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폐교 위기를 극복, 농촌 작은학교의 새로운 모델로 부각되고 있는 경기도 양평 조현초등학교와 세월초등학교를 찾아 교육 과정을 살펴보았다.

 

현직 교사인 정문희씨는 지난 3월 경기도 고양시에서 농촌지역인 양평군으로 이사했다. 올해 초등학생이 된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다. 그리고 정씨 부부는 전교생 180여명인 자그마한 농촌학교의 학부모가 됐다.

 

정씨는 "성적 중심의 획일적 교육으로 아이들을 경쟁에 내몰고 있는 일반 학교에 우리 아이를 맡길 수 없었다"면서 "초등학생이지만 대안학교와 혁신학교를 찾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평 세월초등학교 다목적실에서 진행된 3학년 연극수업. 학생들이 모둠별로 연극 소재에 대한 표현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desk@jjan.kr)

 

정씨 부부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차별화 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양평 조현초등학교를 선택, 과감하게 도시를 탈출한 이유다. 그는 "아이가 여름방학을 너무 힘들어했을 정도로 학교생활을 좋아하고 또 즐긴다"고 말했다.

 

양평 조현초등학교 다목적실에서 진행된 1학년 학생들의 뮤지컬 수업 시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지원으로 서울에서 온 전문 예술강사가 17명의 아이들과 함께 마치 놀이처럼 수업을 즐기고 있었다. 전문 강사에게 수업을 맡겼지만 담임교사도 아이들에게 눈을 떼지 않는다. 수업 과정을 유심히 관찰하고 아이들의 반응도 살핀다.

 

이 학교는 문화예술과 생태학습·현장체험형 통합학습 중심의 자체 교육과정을 운영, 서울에서 전학생이 오는 시골학교로 유명해졌다.

 

이 학교 문화예술 담당 조경란 교사는 "예술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예전과 다르게 교실에 생동감이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양평 세월초등학교는 폐교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 정규 교과과정에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도입, 마을축제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하면서 작은학교의 희망을 만들어냈다.

 

3년전만 해도 학생수가 54명에 그쳐 폐교위기에 놓였던 세월초등학교는 2008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문화예술교육 선도학교 운영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문화예술에 대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농촌지역 학교 수업에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접목, 전국적 주목을 받게 된 데는 교사들의 열정이 있었다. 이 학교 교사들은 매주 월요일 오후 정기적으로 연구모임을 갖고,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논의한다. 이 모임에는 대학교수와 공연기획자 등 외부 전문가들도 참여한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특별하다.

 

세월초등학교는 지난 2008년 지역 주민이 관객이 아닌 주인공으로 교사·학생들과 함께 연극무대에 서는 마을축제를 기획, 학교를 지역사회의 중심으로 세워놓았다.

 

마을 곳곳 폐가를 관찰하고 이 곳에서 나온 물건으로 설치미술 작품을 만드는 빈집 프로젝트와 마을과 주민들을 주제로 한 영화만들기 작업도 실시했다.

 

이같은 독특한 프로그램이 알려지면서 도시 학생들이 속속 전학, 지금은 학생수가 약 100명에 이른다.

 

이 학교 남궁역 교사는 "정규 교육과정을 바꿔 교과를 재구성하는 것이 교사에게는 쉽지 않은 일인 만큼, 용기가 필요했다"면서 "다양한 체험활동 중심의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게됐고 표현력도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직 교육의 효과를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학교와 마을의 분위기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게 사실이다"며 "학교의 문턱을 낮춰 주민들과 소통하게 된 것도 지역사회의 의미있는 변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