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는 젊은 층만 기억하지만 오복이는 중장년층까지 두루 기억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특히 50-60대 주부 시청자들의 오복이에 대한 사랑은 절대적이다.
배우 김소은(21)이 지난 2일 종영한 KBS 1TV 일일극 '바람불어 좋은날'로 팬층을 확대했다. 더불어 연기 스펙트럼도 한 뼘 넓혔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특히 너무 많이 울어서 당분간 울지도 못할 것 같다. 정말 실컷 울었다. 인생의 무게가 너무 큰 캐릭터라 연기하는 데 힘들었다"며 "하지만 그만큼 얻은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제 겨우 스물하나지만 그가 연기한 오복이는 10살 연상 미혼부와 결혼해 초등학생 아들을 얻게 된 엄마였다. 드라마 초반에는 꿈 하나를 들고 시골에서 상경한 억척 아가씨의 모습만 보여주면 됐지만 후반에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만만치 않은 현실에 부딪혀야 했다. 특히 아들의 생모가 나타나면서는 꼬일 대로 꼬인 상황에서 허우적대기도 했다.
"각오를 하고 맡은 역할이긴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연기할 줄은 몰랐어요. 후반에는 제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연기들을 계속 해야하니까 이해도 잘 안되고 정신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주부시청자들이 절 보면 '오복이 연기 너무 잘했다. 얼마나 힘들었냐'고 해주셔서 너무 뿌듯해요. 그런 반응 덕에 계속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그는 "'꽃보다 남자'나 '결혼 못 하는 남자'에서는 풋사랑을 했다면 이번에는 오래 묵은 사랑을 한 느낌"이라며 "앞선 작품들과 차원이 다른 사랑이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역시 배우는 사랑을 해봐야 그게 연기로도 나온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크지 않은 체구, 앳된 얼굴 때문에 그는 극 중 아들과 모자지간이 아닌 남매지간으로 보였다. 아무리 연기라지만 그로서도 분명 특이한 경험이다.
"제가 원래 아이들을 안 좋아하는데 이번에 극중 아들과 수개월간 촬영하면서 아이들을 좋아하게 됐어요.(웃음) 우리 아들이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 8㎝나 커버렸어요. 몸무게는 저랑 8㎏밖에 차이가 안 나게 됐고요. 이렇게 큰아들을 둔 역할을 또 언제 맡아 보겠어요. 특이한 경험이었습니다."
소녀 같은 이미지지만 그는 지금껏 최철호(40), 지진희(39), 진이한(32) 등 그간 10-20살 많은 남자 배우들과 주로 호흡을 맞춰왔다. 버겁지 않았을까.
"김범을 제외하고는 희한하게도 제 상대역들이 나이가 많았어요. 그런데 오히려 더 편해요. 저보다 다 선배님들이니까 배울게 많아서 좋아요. 또래와 호흡을 맞추는 데도 장점이 있겠지만 상대배우와 나이 차가 많이 날 경우에도 장점이 많아요."
고교에 재학 중이던 2005년 CF로 데뷔한 그는 '우아한 세계' 등 영화 세 편에 출연한 후 '천추태후'의 채시라 아역을 거쳐 '꽃보다 남자'의 가을이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일일극 주인공까지 소화하면서 연기의 폭을 넓혔다.
"어려서부터 연기자를 꿈꿨어요. 지금도 일기를 쓰는데 초등학교 일기장을 보면 드라마를 본 감상문이 많아요.(웃음) 연기가 너무 재미있고 제게 잘 맞아요. 연기를 하고 있으면 엔도르핀이 솟는 것 같아요."
여린 이미지지만 그는 액션 연기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려서 스키, 검도, 태권도 등을 익히고 요즘은 요가를 즐기는 등 운동에 취미가 많다.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더 깡마르고 작은 아이였어요. 그래서 누가 무시할까 봐 운동을 많이 배웠죠. 액션 연기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가을이, 오복이 외에 많은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