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집시와 티티로빈 공연

조상진 논설위원

집시(Gypsy)는 유랑의 상징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민족집단으로, 9-10 세기부터 인도 서북부를 출발해 여러 나라를 떠돌기 시작했다.

 

이들의 유랑생활은 현재 진행형이다. 뱃속에서 부터 역마살이 끼었다고나 할까. 현재는 스페인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에 주로 거주한다. 최근에는 아메리카 대륙과 호주까지 진출했다. 인구는 200만 명 또는 500만 명가량.

 

집시들은 자기들 끼리만 결혼한다. 그래서 민족의 동질성을 유지해 오고 있다. 또 생계를 위해 여러 일을 하지만 오락에 능해 유랑극단이나 점술 마술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때론 매춘과 도둑질을 하기도 한다.

 

이들을 대하는 태도는 나라마다 다르다. 그러나 대개 떠돌이 집단인지라 옛부터 추방과 박해의 대상이었다. 독일 히틀러 정권은 집시 멸절정책으로 100만 명을 처형했다. 또 최근 프랑스는 대대적인 집시 단속을 펴 국제사회의 논란이 되고 있다. '범죄의 온상'이라는 명분 아래 불법 캠프를 철거하고 강제추방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피가 흐르는 집시의 후예가 얼마전 전주 세계소리축제 무대에 섰다. 음악의 유랑자로 널리 알려진 티티로빈이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는 20여 년간 장르와 국경을 초월해 새로운 음악을 창작해 온 세계적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다.

 

집시음악과 플라멩코, 아랍음악, 인도음악, 서양 포크 뮤직과 랩 등 동서양 음악을 결합한 다양한 작품활동을 벌여 왔다. 월드뮤직계는 물론 다방면에서 인정받아 온 '크로스오버' 아티스트다.

 

지난 2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연지홀에서 열린 그의 공연은 깊은 감명을 주었다. 애잔한 듯하면서도 격렬하고, 신비로운 음률이 교차하는 120분 동안 관객들은 완전히 그의 포로였다. 2대의 기타와 타악기, 아코디언 등 4명의 연주자가 뿜어내는 소리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소리끼리 서로 밀고 당기다 신들린듯 몰아갈 때는 사물놀이의 절정을 연상케 했다.

 

공연내내 리듬에 맞춘 박수소리가 객석을 메웠고 티티로빈의 딸 마리아가 독특한 음색의 노래를 부르거나 집시 특유의 춤을 출 때는 환호의 도가니로 변했다. 관객 모두가 일어나 박수를 치며 한 몸이 되었다.

 

오랫만에 가족들과 더불어 땀에 흠뻑 젖어보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세계소리축제는 이 공연 하나만으로도 값이 있었다.

 

/ 조상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