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으로 일궈낸 14년만에 금메달

전주생명과학고 임정훈 인라인 롤러 남고1000m 우승

인라인 롤러 남고부 1000m에서 금메달 차지한 임정훈과 동메달을 거머쥔 최광진(오른쪽). 이강민(lgm19740@jjan.kr)

제91회 전국체육대회 인라인 롤러 남고에서 도내 선수단이 14년만의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7일 인라인 롤러 남고 1000m에 출전한 임정훈 선수(전주생명과학고 2년)가 1위로 결승점을 통과하며 십수년에 걸친 선배들의 한을 풀었다. 하지만 임 선수의 우승 뒤에는 초등학교부터 운동을 함께 한 죽마고우 최광진 선수(전주생명과학고 2년)의 헌신이 있었다. 최 선수 역시 이날 동메달을 획득하며 죽마고우와 기쁨을 함께 나눴다.

 

200m 트랙을 다섯 바퀴 도는 경기. 최 선수는 초반부터 선두에 나서 경기를 리드하며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충실히 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바퀴 반을 남기고 임 선수가 선두로 치고 나왔다. 친구의 우승을 위한 최 선수의 헌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 추월하려는 상대 선수를 몸으로 막으며 심판진으로부터 경고 1회를 받았다. 인라인 롤러에서는 경고 2회면 자동 탈락된다.

 

결국 최 선수의 도움에 힘입어 임 선수는 대회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뒤이어 최 선수도 3위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당초 도내 선수단은 임 선수가 2위 또는 3위를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정의 힘이 금메달을 만들어 낸 것이다.

 

임 선수는 "함께 훈련하고 열심히 가르쳐 준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옆에서 뛰며 도와 준 친구(최광진 선수)가 너무 고맙다"고 덧붙였다.

 

임 선수는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주니어 5관왕을 차지하는 등 한국 인라인 롤러의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 그에 비해 용진초 3학년 때부터 함께 운동을 시작, 8년째 같은 학교에 진학한 최 선수는 그늘에 가려진 느낌이다. 물론 최 선수 역시 올해 남원코리아오픈에서 1위, 나주와 춘천대회에서 각각 3위를 차지하는 등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8년 지기인 두 선수의 우정과 헌신으로 도내 선수단은 96년 이후 맥이 끊긴 인라인 롤러 남고 금메달을 따 낼 수 있었다. 도내 인라인 롤러 남고는 1988~1995년까지 전국체육대회 8연패를 달성할 정도로 정점에 올랐지만 이후 주춤한 상태다. 하지만 이들의 활약으로 다시 전국 정상의 위치를 차지하는 일도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정훈이는 정말 인라인을 잘 타는 뛰어난 선수에요. 아직 실력은 제가 뒤지지만 언젠가는 넘어서야죠."

 

어깨를 토닥이는 친구를 보며 최 선수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