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디지털로 통하는 시대. 하지만 디지털의 발전 속도에 따라 정보격차(digital divide)도 심화되고 있다. 정보와 지식에 대한 접근·습득·활용이 쉬운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으로 나눠지는 정보격차가 스마트폰의 열풍으로 다시금 대두됐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는 경향은 기자 사이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이번주 방담은 각자 겪었던 정보소외와 불균형 등을 비롯해 정보의 정의까지 거슬러 '정보격차'를 주제로 나눈 담화를 담았다.
◆피처폰 꺼내기 민망해
▲도휘정= 최근 KBS '개그 콘서트'에 나오는 개그 캐릭터인 '행복전도사'의 이야기를 듣고 뜨끔했다. '주변 사람은 다 스마트폰 쓰는데 휴대전화는 통화·문자만 되면 괜찮다며 스마트폰 안 사는 사람'이 남 이야기기 같지 않았다. 이전에는 PC나 인터넷 사용 여부가 정보소외를 불렀다면 이제는 스마트폰이다. 젊은층에 속하는데 행사장이나 지하철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 피처폰을 꺼내기가 의기소침해진다.
▲신동석= 빈부격차가 곧 정보격차다. 현재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싶어도 약정 기간 때문에 변경하지 못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할부로 하는 만큼 위약금 부담이 크다. 정부에서도 정보화 촉진을 위해서라면 스마트폰을 대중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정보화에 부응하고 싶지만 '노예폰'에 따른 경제적 부담으로 바꾸기가 어렵다.
청소년 사이에 스마트폰 붐이 일면 왕따나 비행 등과도 연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 채팅사이트에서 만나자 했을 때 스마트폰이 있으면 실시간으로 어디에서든지 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이 없다면 인근 피시방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부모 몰래 학원 수업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이화정= 스마트폰 보급과 소셜미디어의 활성화가 맞물려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사람끼리는 실시간 활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인터넷 공간은 오프라인에서 소외된 사람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인데 새로운 미디어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다. 최근 기사에서 자주 인용되는 트위터의 경우 새로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계층이 여론을 대변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인터넷 소외계층도 존재한다. 도내에도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지만 상당수 이주여성은 인터넷에 대한 개념도 없어 심각한 문제다. 정보소외 계층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사용자끼리도 격차
▲윤나네= 아이폰4를 구입하고 난 뒤 '다른 사람은 다 아는 것을 나만 모르고 있었구나'라는 점을 가장 먼저 느꼈다. 그동안 나만 뒤쳐져 있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스마트폰은 휴대전화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소화하는 속도가 수십배는 빨라졌다. 추석 저녁에 보름달을 볼 수 있을지 태풍의 북상 등 날씨 소식만 하더라도 실시간 정보 습득이 유용하다.
▲임상훈=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는 활용도가 많으리라 여겼다. 나름 IT 업계에 종사해서 자신감도 있었다. 주변 사람은 사용하는데 나만 갖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감도 있었다. 실제 초창기에는 무척 재미있었다. 하지만 지역이라서 그런지 와이파이가 미약하다. 완주 상관에 사니까 무선 인터넷 지역(와이파이 존)이 적다. 이제 슬슬 활용도와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지도 않다.
▲박영민= 스마트폰 사용자 사이에서도 격차가 나타난다. 와이파이 존이 많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가 곧 과금과 연결된다. 월 3만원이면 가능한데 월 5만원으로 요금이 늘어난다. 국내 전자 업체가 출시한 제품은 많지만 와이파이 존은 회사별로 차이가 크다. 응용 프로그램 수는 차치하고서라고 지역적으로 시설의 차이가 지역 간 정보격차를 심화시킨다. 와이파이가 뜨더라도 신호가 약하면 접속이 잘 되지 않는다. 콘텐츠를 이용할 때 접속·내려받기 속도에서 차이가 난다.
기업이 판매에만 열을 올릴 뿐 기본·부가 서비스 부문은 무신경했다. 임실에 거주하는데 피처폰으로는 인터넷 연결도 잘 되지 않을 만큼 지역 간 정보 인프라 격차는 해소해야 할 문제다.
◆첨단기기 소유, 평가의 잣대로 작용
▲김준희= 스마트폰으로 바꾼 영민·상훈 선배가 평소 쓰는 티스토어나 와이파이 등의 용어를 잘 모른다. 추측은 하지만 실질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 자체도 이미 정보격차다. 하지만 과연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쓴다고 해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느냐는 다르다. 기존 미디어인 신문·라디오·텔레비전 등을 꾸준히 보면 전반적이고 깊이 있는 내용을 알 수 있다. 인터넷 포털 검색 1·2위 소식도 피상적이고 가십성 정보가 대부분이다. 정보의 질과 다양성에서 스마트폰 사용자가 우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
▲도휘정= 정보와 자료를 개념상 나누기도 하지만 쓰레기든 뭐든 전체 양은 첨단기기 사용자가 많다. 정보를 실시간 빠르게 교환한다. 신문은 하루 단위지만 인터넷은 계속 업데이트되고 새로워진다. 신문을 제목만 읽든 내용을 모두 읽든 개인의 의지나 활용정도인데 이걸 똑같다고 가정했을 때 첨단기기 사용자는 분명 유리한 위치다.
▲김준희= 그 특성 때문에 워낙 양이 많아 진실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혜 논란도 스마트폰 등으로 제목만 보는 젊은층보다 신문을 통해서 전후 사정까지 습득할 수 있는 중·장년층이 더 잘 아는 경우도 있다. 수단이 되는 기기를 소유하면 양적인 측면에서는 격차가 있지만 질은 다르다.
▲이세명= 문제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접속의 차이다. 분명 양과 질은 다르겠지만 접근성에 따라 다른 문제가 파생한다.
▲신동석= 정보격차 이전에 그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 공유할 수 있는 사람끼리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료를 주고 받는다. 또한 소통의 문제와 연결돼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임상훈= 정보의 양은 부족하지 않다. 새로운 기기는 좋아하는 정보에 대한 욕구 실현, 앞서간다는 만족감이 크다. 스마트폰이나 소셜미디어는 대체로 취향이 비슷한 사람과 소통하는 경향이 강하고 이들로부터 정보를 빠르게 얻어낸다.
▲도휘정= 기반 시설이 되지 않았는데 유행처럼 급속도로 퍼지면서 쓰지 않는 사람은 무의식 중에 정보에서 뒤떨어져 자신감이 떨어진다. 지금은 쓰지 않지만 언젠가는 사야될 꺼 같은 무언의 압박이 있다.
▲김준희= 기기는 필요가 아닌 산업적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출시한다. 가진 사람과 가지지 않은 사람을 구별해 기업 마케팅에 활용하는 양상이다. 실제 용량이 적은 컴퓨터도 일반 소비자는 활용에 지장이 없다.
▲임상훈= 예전 오렌지족은 사회현상을 해석하기 위해 만든 신조어였는데 이후 '족'은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한 구분이었다. 정보격차도 소비를 위한 구분으로 쓰인다. 정보와 괴리돼도 사는데 큰 지장은 없다.
▲박영민= 현재 사용하는 갤럭시S도 90만원 상당인데 이전에 쓰던 햅틱도 80만원 가량이었다. 구모델은 단종되고 결국 비싼 제품만 구입하게 된다.
◆대중화 위한 지원 따라야
▲이세명= 스마트폰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며 삶을 바꾸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도 앱 개발을 1인 창조기업으로 정책적인 육성책을 실시한다. 문제는 대중화다. 스마트폰 요금제는 연령이나 계층에 따른 구분이 없다. 이를 실버, 청소년, 장애인 등으로 요금제를 다양화해 보급을 늘려야 대중화가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1년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을 마련했다. 하지만 법률이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진 못한다. 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정보통신기기나 교육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지만 선언적이다. 최근 어느 자료에서 국내 와이파이 존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집중투자돼 군단위 지역은 7%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프라의 중복투자가 오히려 전파장애를 일으킨다고 한다. 디지털의 장점으로 시공간의 극복을 꼽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농어촌 지역에 대한 정보 인프라가 시급하다. 또한 업계와 소비자 등 민간 차원에서 정보격차를 줄이는 나눔의 활성화도 대안이다.
▲박영민= 기존 인터넷도 특정 사용자에게 한정돼 있다. 인터넷 누리집의 접근성을 조사하면 자치단체는 흉내를 내는 정도다. 일년에 몇 번 개편하지만 도청도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개편은 드물다. 정보격차를 해소하려는 자치단체의 의지가 관건이다.
▲김준희= 기기가 발달할수록 구입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공략하고 유통해 격차가 발생한다. 이는 다시 소외계층을 구분하고 악순환이 된다.
▲신동석= 이동통신사 요금제 인하 요구처럼 정부에서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서 정보격차를 줄여야 한다. 휴대전화는 현재 필수기기인데 업계에서 기기값과 요금을 고가로 측정했다. 정보 인프라 측면에서 저렴한 요금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