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하는 특별한 요령은 없어요. 자신의 진실을 꾸밈없이 표현하는 것이 스피치를 잘하는 비결입니다. 거창한 말, 어려운 말, 과장된 말은 금물입니다."
인권 변호사이자 원로 법조인인 한승헌 변호사(76)의 말 잘하는 비결이다. 말하기가 화두인 시대다. 사회에 첫발은 내딛는 순간부터 말 값은 곧 몸값이 되어 버렸다. 아마 마이크 앞에 서서 축사나 인사말 등 여러 상황에 맞는 스피치를 해 본 경험도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말 실수 때문에 좋지않은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권하고 싶은 책이 바로 「스피치의 현장」(매경출판 펴냄)이다.
유신시대 시국사건 변호사로 유명했던 한승헌 변호사가 집필한 이 책엔 그가 평생을 쓰고 낭독했던 스피치 102편이 수록돼 있다. 스피치에 관한 책이 서점가에 많이 나와 있지만 한 사람의 스피치를 모아 단행본으로 펴냈다. 모두 10장으로 분류된 이 책에는 축사, 추모사, 개회사, 기념사, 격려사, 취임사, 건배사, 덕담, 주례사에 이르는 내용이 담겼다.
한 변호사가 제시하는 '좋은 스피치를 만들기 위한 방법'은 7가지로 요약된다. ▲ 연설문을 쓸 땐 남을 시키지 말고 되도록이면 자신이 써라 ▲ 문안을 쓸 땐 반드시 다른 사람의 검토를 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하라 ▲ 품위와 격조를 살리되 너무 사무적이거나 통속적인 표현을 피하라 ▲ 문어체보다는 구어체를 쓰는 것이 좋다 ▲ 한 문단을 너무 길게 쓰는 것은 좋지 않다 ▲ 감동을 주거나 기억에 입력될 만한 구체적인 실화를 넣어라 ▲ 쉬운 말과 유머를 배합해 분위기를 잡아라 등이다.
한 변호사는 "스피치가 실용문이긴 하지만 틀에 박힌 용어에서 벗어나 자신의 체온과 생각이 담겨야 한다"면서 "원고를 부탁한 사람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파악해 전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며 무엇보다 진정성을 강조했다. 또 "스피치에는 듣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기억에 남을 만한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유머가 큰 몫을 담당한다"고 덧붙였다.
법정의 변론과 행사 스피치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 변호사는 "변론은 진실과 인권을 지키기 위한 변호사의 신념이 중요하고 긴 시간에 걸쳐 논리를 전개해야 하는 반면 행사 스피치는 3~5분 정도의 짧은 시간내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압축의 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진안 출신으로 1957년 고등고시 사법과(8회)에 합격하고 서울지검 검사 등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해온 한 변호사는 민청학련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등 굵직굵직한 시국사건의 변론을 맡는 등 민주화 운동에 헌신해 왔다. 저서로는 「위장시대의 증언」「역사의 길목에서」「분단시대의 법정」「산민객담 2 유머기행」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