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미치지 않으면 경지에 오를 수 없어

수필가 김학, 등단 30주년 기념 수필집 '수필아 고맙다' 펴내

수필가 김학씨가 등단 30주년을 기념 수필집 「수필아 고맙다」(대한문학)를 펴냈다.

 

그는 "수필은 나의 다정한 친구이자 정신적 동반자"라며 "수필을 쓰기 시작하면서 많은 상도 받게 됐고, 교육기관에서 후배들을 모아 유능한 수필가로 양성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등 수필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에게 기쁜 일만 제공해 주었다"고 적었다.

 

이번 수필집의 표제는 '수필아 고맙다'. 이번 작품에는 지난 4년 동안 가족사를 정리한 '우리집 10대 뉴스'를 정리해 담았으며 송강 정철의 풍류, 법정스님에 대한 단상, 해외 견문기 등 총 63편의 수필을 6부로 나누어 실었다.

 

"붓가는 대로 쓰는 게 수필이고,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수필이며, 형식이 없는 게 수필이라고들 한다. 그렇게들 말장난을 하니까 여태까지 수필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수필쓰기도 더 어려워진다. 수필이란 게 일정한 틀이 있다면 19공탄 찍어내듯 하면 될 텐데 그럴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며 낡은 수필이론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

 

그는 1960년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수필 이론과 그 이론을 묶은 저서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초창기 몇몇 이론가들이 발표한 수필이론들이 족쇄가 되어 아직까지도 우리 수필을 옥죄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북대서 후배들에게 수필창작을 지도하고 있는 그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을 강조한다. 미치지 않으면 어떤 경지에 오를 수 없다는 가르침이다. 미친 듯이 수필에 푹 빠져보라고 권한다.

 

수필이야말로 천변만화하는 사람의 마음을 가장 아름답고 진솔하게 수놓을 수 있는 문학형식이기 때문이다. 독자의 변화된 의식을 꿰뚫어보고 독자의 필요와 요구를 헤아려 한 발 앞서서 작품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오래 살아남는 수필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필이 남의 때를 벗기려고 자신을 녹이는 비누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독자는 그와 같은 수필에서 깨달음을 얻고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며 마음의 때를 벗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필을 쓰는 나 역시 비누같은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박사골 마을로 유명한 임실 삼계출신으로 1980년 '월간문학' 8월호에 '전화번호'라는 수필로 신인상에 당선되면서 수필가의 길로 들어섰다. 전북수필문학회 회장, 임실문인협회 회장, 전북문인협회 회장, 전북펜클럽 창립 회장,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등을 역임했다. 한국수필상, 전라북도 문화상, 전북문학상, 백양촌 문학상, 신곡문학상 대상, 목정 문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수필집 「밤의 여로」, 「철부지의 사랑연습」, 「실수를 딛고 살아온 세월」 등 총 11권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