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모든 것들은 봄날 한 나절…

조기호 시인 시집 '신화' 출간…빈손으로 삶의 무상함 노래

'모든 것들은 봄날 한 나절 눈 감으면 다 신화가 된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삶에 대한 무상함이다. 하지만 시인의 말대로 '인생은 앞으로 남고 뒤로도 남는 것'이기도 하다.

 

조기호 시인의 시집 「신화」(도서출판 문화의힘)에는 '미치고 환장하게' 마음을 넣어놓은 흔적이 담겼다. 매실꽃에서 봄을 보면서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를 떠올린 시인이다. 그는 쉬우면서도 천박하지 않은 시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후배의 시집을 단숨에 읽어버린 뒤 며칠간 '보대끼는 가슴앓이'도 했다. 절창에 대한 욕심. 시간이 흘러도 그것은 여전했다. 이번 시집에 쉽고 편하지만 감동을 주는 반짝이는 시들이 모두어진 이유다.

 

"막상 내놓고 보니, 빈채리 같은 무정란 같습니다. 거창한 것도 아니고 어떤 목적도, 의식도 없는 그저 그런 무정란. 뼈없는 무정란도 새우젓 국물로 간만 해놓으면 감칠맛 도는 계란탕이 되더군요. 이 작품이 그와 같습니다."

 

그는 질박한 구어, 토속어, 사투리, 옛말들을 거침없이 쓴다. 생지랄, 폭삭 삭은 삭신, 허천나게 아파서, 퍼질러 앉아, 풍신 등 곰삭은 갈치속젓 같은 맛깔스러운 재미가 있다. 문학평론가 호병탁씨는 이를 두고 "쇠붙이 쪼가리가 달라붙듯 조기호의 촉수에 걸린 비속어, 사투리 쪼가리들은 고개를 발딱 들고 일어서서 새로운 존재의미를 획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록 꽃이 보이지 않는 무화과나무도 달디 단 열매가 익어 그것이 목마른 사람의 갈증을 풀어주고 생명력을 북돋아준다는 걸 금강산 만물상을 기어오를 때 알았습니다. 그 깨달음을 믿고 궁색하게 생겨먹은 무정란일 지라도 계속 해서 낳아볼 요량입니다."

 

조 시인은 전북 문인협회 3·4대 회장, 전주 풍물시동인회 초대회장과 전북문인협회 이사등을 역임했다. 지금까지 시집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아」「묵화 치는 새」「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꿈꾸었네」「아리운 이야기」 등 다수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