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대학입시

고3에게 피를 말리게 하는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에게 있어 대학졸업장은 제2의 주민등록증이자 시민권이다. 대학 진학률이 낮아진 것은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아서가 아니라 고교 졸업생 숫자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고교 졸업생 85%이상이 대학 진학을 하고 있다.

 

바짝 다가온 수능시험을 놓고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을 고3 학생들이 애처롭다. 학부모 특히 어머니들의 정성은 처절할 정도이다. 그것은 한국 사람은 세상에 두 번 태어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나는 생물학적 출생이요, 다른 한 번은 대학 입시에 의한 사회적 출생이다.

 

그러나 대학 입시를 좌우하는 수능 시험이라는 것이 짤막한 단편적인 지식을 가늠하는 것이지 체계있는 종합적 지식을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지식의 양을 따지는 것이지 지식의 질을 저울질하지는 못한다. 조금 과장하면 암기력 테스트일뿐이다. 암기력과 창의력은 다르다.

 

한국인의 인생을 좌우했던 조선의 과거(科擧)는 시(詩), 부(賦), 논(論),의(義),표(表),책(策) 중에서 임의로 선택하여 작문을 하게했다.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이었던 것이다. 미국의 대학은 입학지원서에 반드시 입학 지원자로 하여금 전공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자기 소견과 전공하고자 하는 이유를 쓰게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아마도 부모들, 특히 어머니들의 극성으로 이것마저도 대필해 줄 것이다.

 

외국대학 입학 자격시험들도 대체로 논문식이다. 프랑스의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바카로레아는 이런 사험문제를 내기도 했다. '예술은 어떻게 환상으로부터 탈출할수 있는가?' 또는 '종교없는 세상이 있을수 있는가?', '죽음의 확실성은 행복의 장애가 되는가?', '평등하다는 것은 동일하다는 것을 뜻하는가?' . 아마도 이런식 시험문제는 우리나라 대학 졸업생들도 감당키 어려울 것이다.

 

영국 대학 입학시험에 이런 문제도 있었다. '제 3당인 자유당이 득표수 비율에 비해 확보한 의석수가 적었는데 왜 그런가?' 이것도 암기력을 최고로 아는 우리나라 학생들에겐 족탈불급(足脫不及)이다. 주관식 시험문제에 대한 평가가 기술적으로 힘들겠지만 부분적으로라도 주관식 시험은 있어야 한다.

 

/ 장세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