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강, 생명의 길을 묻다] (14)하천 생태계⑤-하구의 조류

세계적 희귀종 '저어새' 등 새들의 낙원

세계적 희귀종인 저어새. 매년 동진강 하구에 20여마리가 찾아 온다. (desk@jjan.kr)

동진강 하구인 문포(부안군 동진면)와 동진대교 사이 습지는 주변의 넓은 들과 갈대군락, 그리고 완만한 경사로 인해 겨울철새를 비롯한 새들의 낙원이다.

 

이 곳에 요즘 천연기념물 제 205호 저어새가 머물고 있다.

 

 

(위부터)동진강 하구의 모습, 붉은 어깨도요 무리속에 검은가슴물떼새가 있다, 동진강 하구에 찾아온 장다리물떼새 (desk@jjan.kr)

10월초 어느 날, 아침부터 서둘러 동진강 하구 문포에 들렀다. 전날 만경강 하구의 새들을 보고 동진강 하구로 향할 때 쯤 해가 지기 시작해 일정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전 세계에 2,000여 마리 밖에 없는 저어새를 관찰하기 위해서다. 저어새가 꼭 있을만한 장소인 동진강 하구를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맑은 하늘을 주려는 지 아침 안개는 9시30분이 넘어서야 약해진다. 연해진 안갯속을 비집고 망원경을 들이대니 흐릿한 여백에 새하얀 저어새들이 정말 신기하게도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300여 미터 앞에 나타난 저어새들은 바로 한강 하구를 비롯한 강화도 주변 번식지에서 남하, 한동안 이곳 동진강 하구에서 머물 것이다.

 

어느새 14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깊지 않은 물에는 많은 치어들이 밀물 때 들어와 새들의 먹이가 되어준다. 펄쩍 펄쩍 뛰며 치어를 쫓는 쇠백로도 만찬을 즐기고 있다. 밥주걱처럼 생긴 부리를 이리저리 저어가며 먹이를 찾는 저어새는 이렇게 치어들이 몰리는 강 하구의 얕은 물길을 먹이터로 이용한다.

 

매년 수차례씩 전국적으로 조류 동시조사가 있다. 봄·가을 갯벌을 주요 서식지로 이용하는 도요물떼새 조사와 가창오리 등 오리·기러기류를 조사하는 겨울철 동시조사, 봄과 가을 우리나라가 번식지인 저어새 동시조사, 그리고 겨울을 중심으로 한 두루미류 조사 등이다. 우리나라에서 버더들에게 봄과 가을·겨울은 다양한 새들을 조사·관찰해야 하는 바쁜 계절이다.

 

이렇게 새들이 많이 찾아 올 때 우리나라에서 꼭 관찰해야 할 곳 중 한 곳이 바로 동진강 하구다. 넓은 의미로의 동진강 하구는 동진대교 1~2km 상류에서부터 부안 계화도까지라고 할 수 있고, 좁은 의미로는 동진대교 부근에서 문포까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 곳 동진강 하구는 새들에게 어떤 곳일까. 하구는 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이다. 묵직하게 내려온 물줄기가 바다를 만나 수심이 얕은 지형에 작은 갯골과 모래톱 그리고 갯벌을 만들고, 얕고 잔잔한 수면과 함께 다양한 경관을 연출해낸다.

 

동진강 하구는 이처럼 경관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새들에게도 중요한 안식처를 제공해준다.

 

동진강 하구는 우리나라에서 세계적 희귀 조류인 저어새를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다.

 

다양한 생명이 살아 숨쉬는 경관이 우리가 말하는 '공존'이라면 동진강 하구 생태계는 그런 공존의 장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동진강 하구에는 천연기념물 제 205호인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 그리고 천연기념물 제 228호인 흑두루미와 오리·기러기류, 도요물떼새 등이 찾아온다. 이렇게 진객이 찾아와 줄 때 반갑게 이들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 볼 때이다.

 

/오동필(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 공동기획: 만경강 생태하천가꾸기민관학협의회·정읍의제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