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왕' 박세리(33)가 2년 만에 출전한 국내대회를 마치고 한 말이다. 박세리는 17일 경기도 여주시 블루헤런 골프장(파72.6천582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제11회 하이트컵 챔피언십에서 최종합계 4오버파 292타를 쳐 단독 7위에 올랐다.
언더파 점수를 낸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장수화(21.토마토저축은행)와 1타 차 2위 이보미(22.하이마트) 뿐이라 4오버파면 체면은 세운 성적이다.
박세리는 "미국에서 대회를 하나 마치고 와서 여유도 없이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역시 우리 후배들이 (골프를) 잘 치는 것 같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며 "이런 후배들을 보며 뿌듯하고 한국 골프는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맏언니'다운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14번 홀(파4)에서 두 타를 잃은 박세리는 "14번 홀은 핀 위치가 좀 황당했다. 그 덕에 나도 한 100년 만에 퍼트를 네 번 한 것 같다"고 웃으며 "14번 홀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코스 세팅은 괜찮았다. 특히 여름에 비가 많이 왔기 때문에 이 정도로 관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7월 목 통증 탓에 귀국해 국내에서 한 달 정도 쉬었던 박세리는 "쉬다 보니 나잇살도 좀 붙은 것 같다"고 웃으며 "지금은 괜찮지만 이동도 자주 해야 하기 때문에 일종의 직업병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선수 생활을 마친 뒤 계획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했다.
박세리는 "앞으로 미국에서 선수 생활은 풀타임을 기준으로 보면 2년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이 자리까지 오게 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이제는 다른 할 일이 생겼다"며 "그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맏언니로서 후배들과 한국 골프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골프는 혼자만의 싸움이라 외롭고 힘들다"는 박세리는 "후배들에게 운동하기 좋은 환경, 프로그램을 물려줘 오래 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여러 가지로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골프를 그렇게 금방 그만둘 수 있겠느냐"고 웃은 박세리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여전히 선수로서 남은 목표"라고 강조했다.
박세리는 4개 메이저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만 정상에 서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은 박세리는 "앞으로 선수가 아닌 또 다른 모습으로 더 좋은 모델이 되라는 채찍질로 느껴져 부담스럽지만 훌륭한 상을 받아 영광스럽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