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에도 성큼 가을이 들어와 있다. 풍성한 것은 곡식 뿐 아니라 여러 이름으로 축제의 가을을 만끽하는 사람들의 활발한 움직임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자연의 색상, 새내기 티를 벗어버린 학생들의 걸음, 군데군데 모여 앉은 이야기 거리들이 모두 가을의 모습이다.
대학의 청춘들 사이에 낯설지 않은 언어가 있다. 중국 유학생들, 이 그룹은 규모면에서 이미 학교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전북에는 약 2천여명에 가까운 중국 유학생들이 한국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삶의 인연이 시작되는 학창시절을 다른 나라 학생들과 보낼 수 있다는 것은 글로벌의 시작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소중한 인연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학교나 지방정부의 비전과 전략의 단골 메뉴인 글로벌이란 용어, 크게 앞세우는 목소리만큼 성과를 실감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너무 먼 곳을 바라보기 때문일 것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과의 유대관계를 놓치고 높고 멀리 날고자 하는 욕망만을 품고 있지는 않은 지 점검이 필요하다.
한국학생들에게 있어서 중국유학생은 글로벌을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인적자원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 공간도 필요하고, 지역과의 적극적인 교류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일단 우리지역에서 일 년 중 한 주를 <차이나주간> 으로 선포하자. 일주일 동안 대학의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마음껏 중국을 보여주는 표현의 기회를 주고, 한국 학생들에게는 먼저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유학생들의 출신지를 감안하여, 월요일은 산동성의 날, 화요일은 강소성의 날 등으로 나누어서 고향의 문화와 역사를 보여주어도 좋겠다. 학생들이 만든 음식, 사진전, 민속의상 전시 등 다양한 형태로 학생들이 지닌 끼를 표현하고 젊은 외교관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주자. 중국 학생들이 서로 필요로 하는 물품을 교환 할 수 있는 벼룩시장도 만들고, 지역특산품을 팔 수 있는 작은 중국시장(little china market)을 만들면 무역과 문화 교류를 직접 체험하는 기회도 될 것이다. 차이나주간>
또 중국어 교육에 대한 부스를 만들어 설명회를 열면 중국어교육 시장을 형성할 수도 있겠다. 아마도 현재 전북에 체류중인 중국 유학생들을 초등학교 외국어 강사로 활용하면, 중국어를 전북지역의 제2외국어로 무장하는데 손색이 없을 것이다.
한편 전북지역 대부분의 도시들은 중국도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하지만 그리 활성화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차이나데이> 에 이들 지역의 역할이 필요하다. 지역은 쉽고 자연스럽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중국을 만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 강소성의 남통시(인구 800여만의 역사문화도시)와 김제시는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다. 그래서 남통시에서 유학 온 학생이 새만금농업지역과 중국 남통시와의 협력방안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다면, 그리고 그러한 발표를 중국 남통시의 공무원들이 함께 듣는다면, 단순한 자매결연이 아닌 경제협력이 지역내 유학 인적자원에 의해 실질적으로 앞당겨질 것이다. 차이나데이>
교육은 나라의 백년 농사라 했다. 그리고 중국 유학생 또한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 무언가를 배우러 이 땅에 온 학생들에게 지역이 관심과 애정을 보여준다면 중국인들에게 이보다 더 큰 감동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동북아시대에 확실한 경제협력의 연결고리가 될 것이다.
중국유학생들은 우리에게 큰 선물이자 지역에 있어서도 소중한 인적자원임을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한다.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이 협력하여 실질적 글로벌을 만들어 가야한다. 강을 건너는 방법에는 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손을 잡고 건너는 안전하고도 훈훈한 징검다리가 놓인 풍경! 우리 전북인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가을 그림이 될 것이다.
/ 황태규(우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