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시암컴플렉스에서 지난 24일 열린 '한-태국 우정 콘서트(Thai-Korea's Friends Concert)' 현장.
본 공연 시작 전 슈퍼주니어의 '미인아'가 흐르며 10명의 태국 남성들이 무대에올랐다. 춤, 멤버 구성, 패션 스타일까지 슈퍼주니어와 판박이였다. 태국 젊은이들이 슈퍼주니어를 모방(커버)해 만든 댄스 팀으로 실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날 현장에서는 슈퍼주니어 외에도 여자 2PM, 초등학생 소녀시대, 10대 포미닛과 샤이니 등 한국의 인기 그룹을 모방한 댄스 팀이 수두룩했다. 태국 젊은이들이 특정 가수를 좋아하고 음악을 듣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K-POP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태국 유학생 권영하(23) 씨는 "요즘 태국의 각종 행사에서는 한국 그룹 커버 팀콘테스트가 열린다"며 "태국 내 한류는 중장년층이 즐긴 드라마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한국 아이돌 그룹이 주축인 K-POP으로 흐름이 변하면서 한류 팬이 10대까지 넓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현장에서 만난 커버 댄스 팀들은 대부분이 10대였다.
미스A의 '브리드(Breathe)' 공연을 마친 진(17), 보우(17), 앤트(14), 에어(17)는 "우리는 친구 사이로 미스A의 춤과 음악에 반해 유튜브 영상을 보며 2주간 연습했다"며 "쇼핑몰에서 미스A의 패션 스타일과 비슷한 의상을 구입했다. 기회가 되면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하고 싶은 꿈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포미닛의 '아이 마이 미 마인(I My Me Mine)'을 부른 메이(19), 탕모(18), 핑(14) 역시 10대였다.
메이는 "포미닛은 멤버들이 귀엽지만 무대에선 섹시하다"며 "이들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넉달 동안 연습했다. 의상도 직접 주문 제작했다. 각종 콘테스트에도 출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한국의 현재 인기곡이 태국에서도 실시간으로 유행되고 있다는점.
이날 현장에서도 2PM의 신곡인 '아이 윌 비 백(I'll Be Back)', 샤이니의 최근곡인 '루시퍼(Lucifer)'를 부른 커버 팀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대부분의 팬들은 유튜브 등 인터넷으로 K-POP을 접해 흐름에 뒤쳐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태극기를 손에 든 슈퍼주니어의 팬 비(19)는 "슈퍼주니어의 규현을 좋아한다"며"신곡이 나올 때마다 유튜브 등의 인터넷으로 뮤직비디오를 찾아 들어 모든 신곡을 알고 있다. 태극기는 슈퍼주니어의 콘서트 현장에서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일부 K-POP 팬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젊은층 전반에 퍼진 신드롬 수준이라는 게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태국으로 이민 온 대학생 이희진(22) 씨는 "길거리, 휴대전화 벨소리, 클럽 등 어디서나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음반 매장에도 한국 가수들의 포스터가 즐비하다"며 "태국 청소년들은 한국 가수의 옷을 따라입고 이들처럼 되고 싶어한다. 젊은이들의 놀이 문화가 적은 태국에선 이 열풍이 꽤 오래 지속될 것 같다"고말했다.
그러나 이씨는 "아쉬운 대목도 있다"며 "한국 톱가수의 콘서트는 가장 좋은 좌석이 4천500바트(한화 18만원)에 달해 젊은층에겐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또 친구들이 한국 가수들의 외모는 비슷하게 생겼다며 '성형을 너무 많이 한다'는 지적도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