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유정현의원이 국감기간중 발표한 역대 정부의 고위직 현황이 눈길을 끌었다. 문민정부인 김영삼 정부에서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4대 정권의 차관급 이상 고위직 836명을 성별· 출신지· 출신고교· 출신 대학별로 분류한 자료다.
이에 따르면 고교는 경기고(15.7%), 대학은 서울대(56.4%), 출신지는 경북(13.6%)이 가장 많았고 남성이 93.6%였다. 4대 권력기관인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가정보원장, 국세청장 역시 경북고-서울대-경북지역이 가장 많았다. 차관(급)과 총리를 뺀 장관급 478명의 출신지별 분포에서도 경북이 67명(14%), 경남 66명(13.8%), 전남 65명(13.6%)으로 선두를 나타냈고 전북은 35명(7.3%)이었다.
짐작된 현황이지만, 고위직 출신지 비중은 대통령의 출신지에 따라 좌우됐고 전북처럼 대통령을 내지 못한 지역은 곁불만 쪼였음이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난 게 흥미롭다.
역대 정권마다 국민통합과 지역감정 완화를 명분으로 내걸고 국무총리나 장관 등 고위직 인사에 지역안배를 했다. 그러나 4대 정권의 고위직 임용 현황을 보면 지역안배만 내세웠지 실은 코드인사를 해왔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미국도 코드인사를 하지만 우리와는 다르다. 클린턴 시절엔 '아칸소 사단', 부시 때엔 '텍사스 사단' 등의 말이 나왔다. 주지사 시절 참모와 측근을 기용한 데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주로 백악관에 기용했지 장관 자리에 앉힌 건 아니다.
이명박 정부 첫 내각 구성 때 지역안배를 놓고 벌어진 개그 같은 해프닝이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당시 청와대는 장관 15명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호남출신은 유인촌 문체부 장관(출생지 봉동)을 포함해 3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 장관 본인은 "출신지가 완주 어디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며 "정서적으로 서울 사람"이라고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때 일이다.
호남 출신 숫자가 적다 보니 부풀리려다 벌어진 일인데 오히려 호남민심만 사나워졌다. 차라리 까놓고 지역안배 인사를 하는 게 생산적이다. 지역안배는 코드인사가 아니다. '고소영-강부자 내각', 이런 게 코드인사다. 전북은 지금 곁불 쬐기도 힘들고 정부와 소통할 창구도 없다. 반환점을 돈 이명박 정부가 진짜 소통할려면 지역안배 인사를 해야 한다.
/ 이경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