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흙덩이가 푸른 이랑으로 변하기까지 농부는 몇 마리의 소를 부려야 했다. 바늘 같은 모가 누른 이삭으로 되기까지 고생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추수를 끝내고 해질녘 길을 따라 터덜터덜 걸어가는 농부와 소. 꼴을 가득 먹인 탓에 소의 발걸음은 느릿하지만 가볍다. 무거운 볏단을 짊어진 농부도 추수의 기쁨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뒤따라오는 아이들도 신이 났다. 올해도 햇곡식이 나왔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 여름 구슬땀을 흘린 농부들이 새삼 감사하다.
/ 정지영ㆍ디지털 자료화사업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