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위대한 탄생', '슈퍼스타K' 넘어설까

케이블 TV Mnet의 '슈퍼스타K 2'가 최고 시청률 18.1%까지 치솟는 '대박'을 터트린 상황에서 비슷한 포맷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지상파 방송 MBC가 제작하는 '위대한 탄생'이 다음 달 5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위대한 탄생'의 제작진들은 '슈퍼스타K 2'와의 관련성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두 프로그램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포맷의 유사성과 '위대한 탄생'이 '슈퍼스타K 2'가 종방된 직후 방송을 시작하는 방송 시기의 미묘함 때문에 비교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시청률 경쟁에서 케이블 TV에 절대적인 우위를 보이던 지상파 방송의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선전에 선전을 거듭하며 전 국민적 이슈가 됐던 '슈퍼스타K 2'를 '위대한 탄생'이 넘어서기는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슈퍼스타K 2'의 최고 시청률은 지상파 방송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능가했으며 단일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지상파의 자존심을 가지고 '슈퍼스타K 2'를 능가해야 할 '위대한 탄생'의 입장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논란 속에 폐지된 '김혜수의 W'와 비슷한 시간대에 새로 들어가는 만큼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달랠만한 성과를 거둬야 하는 부담도 있다.

 

 

◇ "'해외 참여 확대ㆍ멘토의 역할' 차별점" = '위대한 탄생'의 제작진이 '슈퍼스타K' 혹은 기존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른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는 점은 유튜브를 통한 참여ㆍ심사 방식의 변형, 한국어 노래가 가능한 자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는 참가 대상의 확대다.

 

참가자들이 유튜브에 직접 자신이 부른 노래를 업로드하면 제작진이 네티즌들의 클릭수를 평가 기준으로 삼아 현장 예선 참가자들을 고르는 방식이다. 참여 방식의 변경으로 외국인이라도 한국 노래를 부를 수 있으면 누구라도 자유롭게 오디션을 볼 수 있다.

 

제작진은 해외 한류팬들의 폭넓은 참여를 위해 일본, 중국, 태국, 미국 등 4개국에서 오디션을 진행하며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다른 특징은 가요계의 선배인 멘토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는 데 있다. 5명의 멘토들은 오디션 참가자들을 그룹으로 맡아 트레이닝시키며 이 중 탈락자도 직접 뽑는다.

 

제작진은 국내 오디션과 유튜브 오디션, 해외 오디션 등을 통해 모은 120명의 참가자들을 데리고 '위대한 캠프'를 열고 여기서 다시 탈락자를 가려낸다.

 

총 20부로 방송되며 제작진은 1년에 2차례 2명의 우승자를 가려내는 시즌제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이민호 CP(책임프로듀서)는 31일 "참가자들이 노래를 통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재미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다양한 해외 한류 팬들의 참여를 통해 한류 붐을 진단하고 확대시키겠다는 기획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청률 18% 넘어설까 = '위대한 탄생'은 '슈퍼스타K 2'에 비해 지상파라는 장점 외에도 방송 시간대가 1시간 빠른 밤 10시대이며 방송 시간 역시 70분 물로 상대적으로 짧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사람들이 TV 앞 보다는 외출을 즐겨하던 금요일 밤늦은 시간대의 시청자층을 '슈퍼스타K 2'가 이미 넓혀 놨다는 점도 우호적인 상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도 '슈퍼스타K 2'가 시청률 면에서 이뤄 놓은 성과는 '위대한 탄생'에게는 넘어서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AGB닐슨 미디어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슈퍼스타K 2'가 시청률 18.1%를 기록한 지난주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중 이 프로그램보다 시청률이 높았던 것은 KBS 2TV의 '해피선데이'(29.3%) 뿐이었다.

 

'슈퍼스타K 2'의 시청률은 주간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순위에서 2~3위를 차지한 '세바퀴'(16.7%)와 '무한도전'(16.3%)보다도 높았다.

 

'위대한 탄생'의 제작진은 '슈퍼스타K 2'와의 시청률 경쟁보다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같은 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은 한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SBS의 '맛있는 초대'와 10%대 초반의 시청률을 보인 KBS 2TV의 'VJ특공대'다.

 

이 CP는 "케이블 TV를 보지 않아 '슈퍼스타K'의 시청률이 얼마인지도 알지 못한다"며 "두자릿수 시청률에 동시간대 시청률 1위가 목표"라고 말했다.

 

◇ 거액 상금ㆍ투표 방식 등 논란 일듯 = '위대한 탄생'은 프로그램 예고편에서부터 사상 최고의 상금을 강조한 끝에 최근 상금이 3억원으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상금을 놓고 뻥튀기 논란과 공영성 논란이 함께 일었다.

 

제작진이 말한 총상금 3억원은 현금 상금 1억원에 음반제작지원금 2억원을 합한 금액이다. '슈퍼스타K'가 우승자에게 2억원의 현금과 중형 자동차, 음반제작을 상금과 부상으로 주는데, 이보다 작은 액수인 셈이다.

 

여기에 프로그램이 우승자에게 주는 상금이 공공의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 방송이 제시하기에는 너무 큰 액수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KBS의 '1대100'과 '퀴즈 대한민국'은 각각 5천만원과 7천만원을 상금으로 수여하고 있으며 MBC가 과거 방송했던 '퀴즈가 좋다'의 최고 상금이 3천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큰 액수라는 것이다.

 

1등만 상금을 받아가는 '승자독식'의 상금 수여 방식 역시 케이블 TV에서는 논란이 되지 않았으나 지상파 방송의 프로그램인 만큼 지나친 흥미 위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튜브의 클릭수로 참가자들을 평가하는 방식 역시 공정성 논란을 불러올 여지가 있다. 자극적인 영상일수록 클릭수가 늘어나는 만큼 눈에 띄는 영상을 올리는 참가자가 실력있는 참가자들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상금의 액수가 한 회에 수여되는 방식이 아니라 20회에 걸쳐 경쟁을 통해 우승한 출연자에게 주어지는 까닭에 지나치게 크다고 생각한 적 없다"며 "앨범 제작을 통해 나온 수익금은 참가자들에게 일정 부분을 기부하도록 할 계획이라서 음반제작지원금은 개인에게 수여된다기보다 공적인 부분에 사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스타 탄생 가능성은 = '위대한 탄생'의 제작진은 MBC가 우승자와 1년간 전속 계약을 맺고 체계적인 매니지먼트를 통해 스타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국내사업부에서 음반을 제작하며 1년간 MBC가 매니지먼트를 담당할 예정"이라며 "화제성 스타가 아니라 국민가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MBC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우승자가 대형 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MBC와 전속 계약을 맺은 가수를 다른 방송사나 케이블 TV에서 출연시킬 가능성이 극히 낮은 점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지상파뿐 아니라 다양한 케이블 매체들도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프로그램, 혹은 특정 방송사 전속 출신이라는 점은 장점보다는 단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작년 '슈퍼스타K'의 우승자인 서인국의 경우 이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인식을 떨치기 위해 최근 시즌2의 결승전에 찬조 공연 제의를 거절했을 정도였다.

 

MBC가 2001년 방송했던 '악동클럽' 멤버들 역시 방송 당시에는 큰 화제를 모았지만 방송이 끝나자 별다른 빛을 보지 못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