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비자금 수사, M&A 의혹도 파헤치나

차명계좌 규명서 '지류로 이탈' 관측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비자금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검찰 수사가 인수ㆍ합병 비리 쪽으로 옮겨가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 시선을끈다.

 

서울서부지검이 지난 2일 김 회장 가족이 보유한 상장사인 운송ㆍ물류업체 한익스프레스와 그룹 제약 계열사 드림파마를 압수수색해 회계자료 등을 확보하면서 그룹 오너 측이 이들 회사의 지분과 계열 부문을 인수한 과정을 파헤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차명계좌로 촉발됐던 비자금의 실체 규명이란 본류에서 다소 벗어난 '지류(支流) 뒤지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한익스프레스는 1989년 한화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코스피 상장사로, 김 회장의누나 김영혜씨가 아들과 함께 지난해 5월 화공약품 판매업체 태경화성에서 지분 60만여주(50.77%)를 사들여 인수했다.

 

이후 이 회사는 올해 2월 드림파마의 물류 사업부인 '웰로스'를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고, 주가도 1만3천원대에서 2만4천원대로 배 가까이 뛰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한화 측이 한익스프레스를 의도적으로 키워 그룹 오너가(家)에 큰 이익을 안겼다는 소문이 퍼졌다.

 

한익스프레스와 웰로스 인수를 통해 남긴 시세 차익이 비자금 조성으로 연결됐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왔다.

 

서부지검은 압수수색한 두 업체의 내부 자료를 분석해 실제 인수ㆍ합병 과정에서 비자금이 생길 만한 정황이 있었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익스프레스 지분을 판 태경화성은 전 한화 임직원들이 설립한 회사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태경화성이 앞서 2005∼2006년 한익스프레스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집한 경위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서는 이번 수사가 애초 비자금 의혹 규명과는 연관성이 적지 않겠느냐는반응도 나오고 있다.

 

서부지검은 김 회장이 계열 증권사의 차명계좌를 통해 수백억원을 장기간 관리했다는 정황을 파악해 돈의 조성 경위와 용처 등을 밝히는 데 주력해왔다.

 

따라서 검찰 주변에서는 서부지검이 비자금 실체를 캐는 데 어려움을 겪자 간접적인 압박수단으로 인수ㆍ합병 비리를 파헤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하고 있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그러나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비자금 실체를 규명하고자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