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선거 브로커 - 백성일

선거 때 사람의 맘을 사로 잡기 위해 돈질을 한다.돈 주면 일시적으로 마음을 묶어 놓을 수 있어 그런 짓을 한다.단방약과 같다.선거 때 그래서 돈을 쓴다.부자들이 많이 사는 서울 강남에서도 돈 선거가 통한다는 것.선거 한번 치르려면 예상보다 뭉칫 돈이 들어간다.거액의 선거 자금을 자신의 돈으로 충당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남의 힘을 빌리게 돼 있다.때문에 남의 돈 갖고 정치 하는데서 사단이 벌어진다.

 

아직까지 우리 정치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다.선거가 돈 잡아 먹는 블랙홀과 같기 때문이다.선거에 나설려면 평상시에도 애경사에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애경사 참석은 기본이며 친밀도에 따라 부조금도 달라진다.농촌서는 이를 무시했다가는 큰 코 닥친다.그 만큼 입소문이 무섭다.표를 주건 안주건 애경사 관리는 통과의례다.얼굴 알리면서 표심을 잡는데는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우리 민주주의는 그 시작부터가 궁핍한 살림에서 출발했다.못 배우고 못 먹고 못 입은 그야말로 빈곤으로부터 시작되었다.그렇다보니 빈곤의 잔재가 지금도 남아 있다.예전의 막걸리나 고무신 선거에서 비롯된 부정심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단속이 강화돼도 돈 씀씀이는 커졌다.홍보비가 많고 선거꾼을 중심으로 돈 뭉치가 오가다 보니까 돈 선거가 고개를 쳐들고 있다.

 

선거 때 돈 주고 받는 것이 불법인줄 알면서도 이 같은 짓을 한다.선거 때만 되면 브로커들이 부나비 마냥 선거판을 누비고 다니기 때문이다.꿀단지를 향해 꿀벌들이 모여 드는 것처럼 말이다.선거는 이들의 생계 수단이 되다시피했다.당락은 고사하고 우선 자기 호주머니부터 챙긴다.후보자는 이들의 교언영색에 미혹되기 십상이다.후보는 사람을 많이 만나므로 멍해진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비용 상한액을 공시하지만 이보다 2~3배는 더 쓴다.선거가 막바지에 다달으면 물불 안가리고 검은 돈도 쓴다.선거 브로커들이 후보로 하여금 돈 쓰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그렇다.모 교육감 후보 형제가 브로커들의 농간에 발목 잡혀 구속되었다.이 후보는 비교적 소신이 뚜렷하고 토론회에서도 나름대로 자신의 교육철학을 분명하게 밝혀온 사람이라서 충격이 크다.백로가 까마귀 떼 속에서 놀다가 당한 꼴이 됐다.백성일수석논설위원

 

/ 백성일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