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기교사 '유명무실' 전북체육 기반 '흔들'

비전공 종목 지도 다반사…적재적소 인사 아쉬워

전국체전을 비롯한 전국단위 대회를 석권하며 체육 특기교사로 선발된 사람들이 자신의 특기와는 무관한 학교에 배치돼 지도자로서 이바지할 기회를 상실, 전북 체육의 기반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드민턴 선수로 전국무대에서 적수가 없었던 김선미 체육교사는 전북에 대한 공헌도가 높고, 출중한 기량을 인정받아 특기 교사로 채용되는 행운을 안았다.

 

하지만 그는 현재 전주 풍남중에 근무중인데, 이 학교는 배드민턴부가 아닌 씨름부를 운영하고 있어 김 교사를 이 학교에 발령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체조대회때마다 금메달을 싹쓸이했던 이희경 교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교사는 호성중에서 최근 전주동중 체육교사로 옮겼으나, 두 학교 모두 체조팀 자체가 없어 지도자로 제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일반 체육교사로 근무하면서 다른 교사 못지않게 제자 지도에 열성을 보이고 있으나, 교육청이 '특기교사'로 선발한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육상 중거리 선수 출신으로 주니어 대표까지 지냈던 김영훈 교사(체육중고)는 현재 역도를 가르치고 있다.

 

역시 육상 단거리 선수 출신으로 체육 특기교사로 선발됐던 이순철 교사는 군산 산북중에서 육상과 레슬링을 지도하고 있다.

 

이 교사는 스스로 팀을 창단해 육성하고 있는 케이스다.

 

테니스 특기자로 전국대회 최상위권에 입상하곤 했던 공강남 교사(무주 안성고)는 동계종목을 지도하고 있고, 최태수 교사(김제여중)는 하키를 가르친다.

 

물론 테니스 특기자가 동계종목이나 하키를 못 가르칠 이유가 없으나 적재적소 인사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이같은 현상은 몇몇 사례일뿐, 수많은 종목에서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선수 시절 절정의 기량을 갖췄던 사람이 체육특기교사가 돼 후배나 제자들을 전문적으로 지도해도 될까말까한 상황에서 전북은 "비전문가가 전문 선수를 육성하는 현상이 일반화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도내 체육인들은 "일부 농촌지역에 가면 영어나 수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학원을 개설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지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북의 체육 또한 비슷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특기를 인정받아 정식 체육교사가 된다고 해서 반드시 자신의 종목만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것만이 능사인가라는 반문이 있다.

 

선수를 목표로 하지 않는 일반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 또한 체육교사가 해야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청이 '적재적소의 원칙'에 따라 체육교사를 배치한다면 본인은 물론, 전북체육의 역량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게 뜻있는 체육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