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금토일] 술익는 마을에 단풍 잎도 취해가네

가자! 전주·완주 술의 향연으로

13일 개막하는 '2010 완주군 전통주 축제' 를 앞두고 대한민국 술박물관 박영국 관장과 완주 구이면 주민자치위원들이 정성으로 빚은 전통 술을 시음하고 있다. 안봉주(bjahn@jjan.kr)

술익는 마을에 단풍 빛도 깊어가네

 

가자 전주, 완주 술의 향연으로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입나/

 

술 사먹지/

 

(소야 신천희의 '술타령')

 

'술 마시고 한 실수는 무죄'라는 말이 익숙할 정도로 술에 관대한 한국사회.

 

단풍의 끝자락을 붙잡는 11월 둘째 주말. 전주와 완주에서 전통주의 향연이 열린다.

 

전주 한옥마을 일대에서 13, 14일 개최되는 '2010 전주전통문화막걸리축제'에는 이벤트가 풍성하다.

 

같은 기간 완주 구이면 술 박물관 일원에서 펼쳐지는 '전통주 축제'에는 테마음식과 각 지역의 가양주들이 곁들여진다.

 

#. 월요일 회식, 화요일 거래처 접대, 수요일 장례식장, 목요일 정기 모임... 금주 내내 늦은 귀가로 녹초가 됐던 회사원 왕대포씨의 금요일.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대포씨의 마음이 급해진다. 마누라 눈치 때문이다.

 

서둘러 집에 도착한 대포씨. 저녁상을 물리고 소파에 비스듬히 누었지만 의지와 관계없이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

 

9시 TV뉴스 아나운서 목소리가 가물거릴 무렵 설거지를 끝낸 조강지처 박아지 여사가 옆자리에 앉는다. 몇주째 '지은 죄'를 의식한 대포씨가 몸을 반쯤 일으킨다.

 

"여보. 단풍철도 끝나가는 데 내일은 바람이나 쐽시다. 지난주 내장산에 30만 명이 다녀갔데요."

 

예상했던 바가지 대신 나온 박 여사의 '단풍 놀이' 제안에 대포씨는 내심 무릎을 친다.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도 짓는다. 처가가 있는 구이의 술 박물관에서 전통주 축제를 연다는 기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짜 술도 준단다.

 

만산홍엽으로 물든 모악산을 배경으로 한잔 술에 발갛게 달아오를 마누라 얼굴을 상상하니 야릇한 기분이 듣다.

 

"좋아. 내일 점심 먹기 전에 출발해. 당신 초등학교 친구도 부르고." 순간 반쯤 튀어나왔던 박 여사의 입 가장자리가 살포시 치켜 올라간다.

 

#. 별명이 오지랖인 서전주청년회의소(JCI) 회원 K씨.

 

그는 얼마 전 모임에서 연락을 받았다. 오는 13, 14일 전주전통막걸리축제를 주최하니 참석하란다. 장소는 전주 한옥마을.

 

금요일을 맞은 오지랖씨는 걱정이다. 내일부터 이틀간 후배 결혼식이 있어서다. 특히 서울과 부산에서 오는 하객 접대도 자신이 맡는다고 큰소리 쳐놨다.

 

모임 행사와 결혼식을 같이 챙겨야 하는 지랖씨는 머리를 싸맨 끝에 접대용 계획을 세웠다.

 

먼저 외지에서 온 하객들을 이끌고 막걸리축제를 구경하기로 했다. 이벤트로 열리는 '힘 자랑'과 '술 자랑'대회에 이들을 참여시킬 생각에서다. 자신은 제기차기 대회에 출전, '전설의 양발차기'를 선보일 속셈이다.

 

저녁 스케줄도 준비했다. 외지 하객들에게 일전에 자랑했던 전주의 명물 막걸리집을 선보일 예정.

 

그는 전주시청 홈페이지에서 찾아 낸 '전주 막걸리 지도'와 주변의 입소문을 종합해 두 곳을 정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지랖씨는 이날 밤 후배들과 막걸리집을 사전답사하기로 했다.

 

푸짐한 안주에 입이 떡 벌어질 외지 하객들의 표정을 떠올리니 지랖씨의 어깨가 으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