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도 죽막동 유적은 국내 보다 해외에서 더 가치를 인정받던 차였다. 지난 6월 한국을 방문, 임효재 동아시아 고고학회장(서울대 명예교수)과 함께 죽막동을 찾은 일본 오이타현 시미즈 무나야키 고고학회장(벳푸대 교수)은 "동아시아 해양 제사 유적지 중 남은 것은 죽막동과 일본 오키노시마 2곳 뿐"이라면서 "이곳이 오키노시마 보다 10배 이상 크고, 특수한 형태의 유물이 많이 발견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죽막동의 가치나 중요성해 너무 조용하다고 지적,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일본 오키노시마 유적은 이미 1952년부터 발굴, 작은 파편까지 8만 점에 이르는 유물을 추려 국보로 지정했다. 또 200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하는 등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작업을 착실히 벌여오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이제 겨우 걸음마 수준이다. 1992년 국립전주박물관이 수성당 뒷편 일부만 발굴, 800여 점의 유물을 보관하고 있을 뿐이다. 그 이후에는 거의 방치 상태로 두고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죽막동은 중국의 영파(寧波) 등 동해안에서 사단항로를 따라 변산반도에 이르고, 이것이 다시 일본 오키노시마로 이어지는 고·중세 해상항로의 주요 기항지이자 피항지였다. 그래서 항해의 안전과 풍어를 비는 제사의식이 이루어졌고 그 유물들이 죽막동에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서는 우선 잠정목록에 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수성당 주변에 대한 폭넓은 발굴이 이루어져야 하고 학문적으로 그 가치를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전시관 등을 지어 교육과 함께 대중성 확보에도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부안군은 물론 전북도와 정치권, 문화계, 학계 등이 나서 힘을 합치고 무엇보다 주민들이 먼저 죽막동 유적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등재 준비에 박차를 가했으면 한다. 우리의 보석같은 유물과 유적이 세계적 관점에서 재평가되는 기회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