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할아버지' 이순재가 연극 무대로 돌아와 '최고령' 돈키호테로 좌충우돌 활약을 펼친다.
이순재는 18일 열린 연극 '돈키호테'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77살인데 나이가 더 들면 기억력이 감퇴하고 연극하기 힘들어질까봐 걱정스럽다는 얘기를 하다가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명동예술극장에서 다음 달 10일 개막하는 '돈키호테'는 엉뚱하고 어설픈 기사 돈키호테와 시골뜨기 단짝 산초의 좌충우돌 모험담을 그려낸 고전 명작.
이순재는 "명동예술극장은 젊었을 때 연극을 시작한 곳으로, 꿈과 같은 장소"라면서 "이 곳에서 불의에 맞서고 약자를 보호하며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인물의 표상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1956년 데뷔해 TV와 영화, 연극을 종횡무진 누비며 나이가 무색할 만큼 왕성한 활동을 해온 이순재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서는 것은 1971년 '시라노 드 베르주락' 이후 39년 만이다.
이번 '돈키호테'는 연출가 양정웅이 각색과 연출을 맡아 원작의 풍미를 충실히 살려낸 무대로 꾸민다.
그는 "실존적 가치보다 정신적 신념을 지키는 돈키호테의 낭만과 사랑, 모험을 희극적으로 그려낼 것"이라며 "시대적 고증을 거쳐 의상과 소품을 마련하는 등 원작에 충실하게 연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등으로 젊은층 관객을 보유한 '돈키호테'를 원로 배우인 이순재가 어떻게 풀어낼지도 관심사.
그는 "돈키호테는 독서를 많이 하다보니까 치매 환자처럼 정신적 변이가 생긴 인물로, 그가 지키려는 정의가 사회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객관적인 웃음이 유발될 것"이라며 "배우가 웃음을 주려는 행위를 안해도 웃음이 파생되면서 처절하고 재밌게, 그러면서도 안타깝게 보이는 인물로 그려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순재는 건강관리 비결로 "다른 것은 없고 열심히 일을 쫓아다니다 보니까 아플 틈이 없는 것"이라며 "지금도 몸살 기운이 있는데 다니다 보면 없어질 것 같다"면서 웃어보였다.
배우 한명구가 이순재와 함께 돈키호테 역으로 더블 캐스팅됐고 판초 역은 박용수가 맡는다.
정규수, 김영민, 한윤춘, 정해균, 이해성 등 출연. 내년 1월 2일까지 이어지며 티켓은 2만~5만원. ☎1644-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