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전주 비전대학 7명의 '우즈벡' 유학생들

"컴퓨터 열심히 배워 고국에 가서 봉사 할래요"

고려인 4세 한인 출신인 우즈베키스탄 유학생들이 전주 비전대학 교정에서 지도교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추성수(chss78@jjan.kr)

고려인 4세 한인들이 '외국인 유학생' 자격으로 일제때 고국을 떠난 할아버지의 나라에서 몸을 불살라 노력하며 꿈을 추구하고 있다.

 

전주비전대 컴퓨터정보과 1학년에 재학중인 7인의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 출신 학생들이 바로 그들로 지난 9월 이들은 전주에 와서 현재 3개월째 생활중이다.

 

한인출신 미국 실업가들이 해외의 한민족을 돕기위해 우즈벡 학생들의 한국 유학 프로그램을 도입, 처음으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다.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우즈벡은 우리와는 먼 거리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많은 동포와 그 후손들이 그곳에 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유학생들이 전주 비전대학 컴퓨터실에서 이희영 교수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다. 추성수(chss78@jjan.kr)

일제때 살길을 찾아 고국을 떠나야만 했던 많은 동포들이 소련의 강제 이주 정책에 의해 우즈벡으로 옮겨 정착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후손들이 우여곡절끝에 한국, 그중에서도 전주비전대에서 2년간 머물며 유학할 수 있는 행운을 잡았다.

 

말이 행운이지 치열한 경쟁을 뚫고 무료 유학의 기회를 잡은 사람들이다.

 

대체로 집안이 어려운 이들은 "어떻게든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남다르고, 나름대로 엄선 과정을 거쳤기에 유창한 한국어 구사는 물론, 컴퓨터 관련 지식도 매우 풍부하다는 것을 인터뷰 내내 느낄 수 있다.

 

지난 22일 오후 비전대 컴퓨터실에서 이들과 만나 자신의 꿈과 전주에서의 생활을 듣는 과정에서 어렵지만, 구김살없이 밝은 미래를 설계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탸슈켄트 출신의 스타스는 "아직 많은 곳을 가보지 못했지만 한국은 정말 발전된 곳이란 느낌이 든다"며 "한국 학생들이 공부하는 시간이 엄청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꿈은 국제적인 사업가가 되는 것인데, 나중에 많은 돈을 벌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안드레이는 컴퓨터를 마친 후 치과 분야도 공부하기를 원한다.

 

치과의사가 돼 우즈벡에서 치아가 나빠 어려움을 겪는 동포들을 돕고 싶다는 것이다.

 

이들을 지도하는 전주비전대 이희영 교수는 "모국어인 우즈벡어는 물론, 러시아어, 중국어, 한국어를 너무 유창하게 구사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큰 가능성을 발견한다"며 "7명 학생 모두가 컴퓨터를 열심히 배워 조국에 돌아가 봉사하겠다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이지만 이들의 하루 일정은 국내 고교생 못지 않게 빡빡한 일정으로 짜여져 있다.

 

하루 8시간씩 공부하고, 토요일마다 보강수업까지 하기 때문이다.

 

한국어에 능통하다고 하지만 외국어로 수업하는게 과연 쉬울까.

 

대다수 학생들이 "듣는 것은 절반 이상 이해하겠는데 책을 읽거나 발표할때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컴퓨터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사전을 들먹이며 씨름할 때도 있고, 너무 무모한 도전인가 의문을 갖는 경우도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인 동료 학생들의 따뜻한 손길이 있기에 이들은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한다.

 

함께 농구하고, 뛰어놀고, 캠퍼스를 거닐며 젊음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니스나 샤샤는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해서 무시하거나, 한국어를 자신들만큼 못한다고 해서 차별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자신들이 고국에 돌아간다면 반드시 성공해서 언젠가 꼭 전주를 다시 찾고 싶다는 고려인 4세들의 각오와 패기를 보면서 젊은이들의 꿈이 꼭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