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감성으로 소외된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온 김기화(71) 시인의 첫 시집 「산너머 달빛」(계간문예)이 출간됐다. 30년 넘게 경찰에 몸담은 시인은 98년 정년 퇴임후 시를 공부해 서정성의 바탕위에서 인간다운 삶을 성찰한 시 76편을 내놓았다.
시'아내의 바느질''수석 3·그 예찬''봉정암 5·나의 모습'에서 보듯 그의 시세계는 사랑의 고리로 끈끈하게 연결돼 있는 가족에 대한 연민의 정과, 30년 이상 돌과의 호흡을 통해 태고의 형상을 들여다보는 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불심으로 다듬는 인간상의 진정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책 제목 '산 너머'는 시인의 고향 완주 동상면 황조리 산골 마을이다.
김동수 백제예술대 교수는 김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해 "「산 너머 달빛」을 읽다보면 '별빛 우수수 진 강가로'로 첨벙첨벙 선녀와 나무꾼이 걸어나오는'가 하면, '가을 햇살이 잘 익은 알밤을 툭- 치던' 언덕과 '함박눈 쌓이는 겨울 밤을 하얗게 새던 어머니의 바디질 소리'가 들려온다고 했다. 그의 시는 어린 시절 산골 마을의 하늘과 바람과 물소리가 빚어낸 맑은 심상으로 쫓기듯 살아온 삶을 조용히 반추한다"고 설명했다.
'완주군 동상면 밤티재 아래/대밭 아래 내 쌈터를 지키는/지조 높은 늙은 호박감나무/어릴때 다짐 잊었느냐고/해거름 안으로 냉큼 돌아오라고/그 찌렁찌렁한 불호령/그 호소하는 듯하는 메아리'(시'호박감나무')
시인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출세를 위하여 타향살이를 했기 때문에 고향에 대해 애틋한 그리움이 많다.
"시를 쓰면서 지금까지 말을 너무 많이 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로는 마치 구정물처럼 쏟아낸 말도 허다했을 거에요. 앞으로는 말을 다듬고 아끼면서 살겠습니다."
그는 2004년 「문예사조」로 등단했으며, 한국문인협회, 경찰문인협회, 온글문학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