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이층의 악당 '웃음 전염'

깐깐한 집주인과 골동품 밀매업자의 엉뚱한 동거

북한과의 관계도 문제, 추워지는 날씨도 문제. 주가도 신경 쓰이고 이것저것 걱정되지 않는 일이 없다. 세상이 시끄러우니 마음도 따라 싱숭생숭. 이럴 때일수록 웃음을 찾아보면 어떨까. 웃음도 행복도 전염된다고 하는데 기운 나게 해줄 한국 영화 한 편으로 당신의 웃음을 전염시켜 보자.

 

이층의 악당(코미디, 범죄/ 115분/ 15세 관람가)

 

김혜수와 한석규의 조우라니. 뭔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들의 조합도 신기한데 코미디 물이란다.

 

연주(김혜수)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하루가 무료하고 일상에 지쳐있는 까칠한 여자. 외모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는 여중생 딸 성아(지우)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어느 날 연주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집 2층의 비어있는 방을 세놓게 되는데. 마침, 자신을 작가라 밝힌 창인(한석규)은 소설을 쓰기 위해 두 달간만 지내겠다며 2층 방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한 지붕 아래 살게 된 이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강 선생이라 불리는 창인은 사실 골동품 밀매업자로 자신이 찾던 골동품이 이 집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연수의 집에 들어온 것. 깐깐한 집주인 연주와 골동품 밀매범의 동거가 시작되고 마을 사람들은 집에 남자를 들인 연주와 행동이 묘한 강 선생을 수군대는데. 골동품을 훔치려하면 연주가 집에 들어오고 또 나갔다 싶으면 성아가 들어오는 이놈의 집. 과연 창인은 골동품을 안전히 훔칠 수 있을까?

 

앞서 얘기 했듯이 한석규와 김혜수의 만남은 반갑지만 낯설다. 두 배우가 코믹연기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니 '이층의 악당'은 신기하기 그지없는 것. 그래서 두 배우의 연기력이야 말 할 것 없지만 '코미디도?' 하고 의문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들의 코믹 연기는 흠 잡을 곳 없이 훌륭하고 조연들의 구성마저 탄성을 지르게 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그동안의 귀공자 이미지를 깬 엄기준과 가수 유키스의 멤버 동호(본명 신동호)다. 맛깔 나는 캐릭터들의 조합이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층의 악당'은 줄거리처럼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더 간단히 얘기하자면 그 제목이 이야기 구조를 모두 담고 있는 것. 그래서 큰 웃음이라든가 반전을 기대하면 자칫 실망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엉뚱한 발상을 바탕으로 소소한 재미를 115분 고루 느낄 수 있으니 한 번의 큰 웃음보다 낫지 않은가.

 

무엇보다 '이층의 악당'이 재미있을 수 있는 것은 관객을 잡았다 놨다하는 연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닐까싶다. 이런 흐름을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손재곤 감독이다. 혹 그가 누군지 모른다면 박용우와 최강희 주연의 '달콤 살벌한 연인'(2006)의 감독이라고 하면 기억해 낼 수 있을까? 그 당시에는(물론 지금도) 낯선 로맨스, 코미디, 스릴러가 결합된 독특한 영화를 선보였던 그가 이번에는 범죄와 코미디를 엮어낸 것. 그의 전작을 생각하면 '이층의 악당'이 한결 이해하기 쉬워질 것이다.

 

'달콤, 살벌한 연인'은 장르 뿐 아니라 여성 살인자를 그리는 방식이 독특했고 잔인하거나 야해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판단으로 인해 18세 관람 등급을 받았었다. 그런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이니 '이층의 악당'에도 뭔가가 숨겨져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면 정답!

 

사회에서 소외 된 두 여자, 청소년인 학생들의 대표 고민이라는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성아와 히스테리로 뭉친 엄마 연주를 다시 사회로 보내고자 하는 것. 그들을 위해 사회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고 대신 해 주는 가슴 시원한 영화가 '이층의 악당'이다. 각박하고 반복되는 삶의 탈출을 꿈꾼다면, 복잡한 현실을 피해 잠시 웃음을 찾는다면 '이층의 악당'이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