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행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도민 한주씩 갖기 운동으로 태어난 전북은행이 창립 41주년을 맞아 그에 걸맞는 역할을 상당부분 잘하고 있다. 그간 전북은행은 뿌리가 깊지 않아 외풍이 조금만 불어도 흔들렸다. 꼬막농사나 인생도 태풍 같은 시련을 잘 극복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처럼 전북은행도 IMF 파고를 잘 넘긴 덕에 발전을 거듭했다.
시중 은행들은 비올 때 빌려 준 우산을 곧바로 회수해가는 심술쟁이 같은 근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전북은행은 날이 개서 좋아질 때까지도 회수 않고 오랫동안 기다려줘 도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전북은행은 소매금융 전문 은행이다.그래야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같은 영업전략이 주효해 총자산 8조원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전북은행은 생존을 위한 영업을 해왔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월말 현재 13.06%인 것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안전위주의 영업전략만 갖고서는 글로벌 무한 경쟁시대에 맞대응할 수 없다. 우선 자산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사업다각화를 도모해야만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 특히 영업 환경이 취약한 도내서는 더 이상 성장하기엔 한계가 있다.뱀장어가 먼 바다로 나가는 것처럼 큰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지금이 전북은행 도약기다. 발전의 끈을 당기려면 보수적인 경영분위기를 공격적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강남과 여의도에 지점을 개설했다.수도권에서 경쟁이 시작됐다. 신규 행원도 평소 보다 2배가 넘는 94명을 뽑았다. 2012년까지 자산을 15조로 늘려 150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게 목표다. 덩치를 키워 큰 이익 내서 고객·주주·지역·직원만족을 시키겠다는 포부다.
취임 8개월여만에 김한 행장이 광주은행 인수를 위한 의향서를 제출함에 따라 탄력이 붙었다. 시중에선 전북은행이 광주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한다. 하지만 1조5000억원의 인수자금을 마련하는데는 자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수 자금 마련 보다는 광주 전남의 지역정서의 벽을 더 경계한다. 인촌(仁村)가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고 커온 그가 금융전문가로서 전북은행을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시킬지 벌써부터 주목된다.
/ 백성일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