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효자동에서 김제 금구 방향으로 5분가량 차를 운전하다 보면 오른쪽으로 V자 형태의 저수지가 눈에 들어온다. 김제시 금구면 대화리와 대율리에 걸쳐 형성돼 있는 대화 저수지다.
대화 저수지는 전주 근교에 위치해 있다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머리를 식히려는 도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반면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풍광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지난 3일 찾아간 대화저수지의 푸른 수면 위에는 청둥오리떼가 한가로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대화 저수지는 이름이 두 개다. 정부 공식명칭인 대화 저수지와 주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알려진 대율 저수지가 그 것이다. 저수지가 김제시 금구면 대화리와 대율리에 걸쳐 형성되다 보니 두개의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이 농어촌공사 동진지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 금구·황산 800ha 옥토에 생명수 공급
김제시 금구면과 황산면 일대 농민들은 대화 저수지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전적으로 빗물에 의존해 농사를 지어야 했다. 때문에 농사를 지어 소득을 창출하기도 어려웠을 뿐 아니라 생계를 유지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 1961년 현재의 자리에 저수지를 만들기 위한 공사가 시작됐다.
저수지는 착공 7년 만인 1967년 12월 준공됐다. 제당 형식은 휠 댐이며, 제방 길이는 226m로 동진지사 관내 21개 저수지 중 비교적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하지만 대화 저수지가 처음 준공됐을 당시 800ha에 달하는 옥토에 생명수를 공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유역면적은 넓지만 만수위 때 수심이 5m 밖에 되지 않아 담수 량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 농지정리 작업으로 인해 당초 인가면적(400ha) 보다 실제 물을 공급해야 하는 면적이 800ha로 두 배나 늘어서다.
본격적인 농업용수 공급이 시작됐지만 하류지역 농민들은 물을 공급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농민과 농어촌공사간에 잦은 마찰이 계속됐다. 농어촌공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992년 대화 저수지 인근에 140만톤 규모의 보조 수원공을 만들기 위한 공사에 착수했다.
1997년 모악산 자락인 김제시 금구면 월전리에 준공된 당월 저수지가 그 것이다. 보조 수원공이 만들어지면서 농민들은 안정적으로 농업용수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당월 저수지 주변에는 2010년 김제시가 조성한 '금구 명품길'이 있다.
농어촌공사 동진지사 관계자는 "대화제 준공 3개월 만인 1968년 3월부터 본격적인 농업용수 공급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혜면적이 너무 넓고, 간선과 지선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상당기간 용수공급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화제는 20일만 비가 오지 않으면 물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면서 "당월 저수지가 만들어지고 나서야 이 지역의 물 부족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화 저수지의 물은 모악산에서 흘러 들어온다. 깨끗한 물로 인해 종전에는 이 곳에 붕어·메기·잉어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덕분에 손맛을 느끼려는 낚시꾼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현재는 수질이 많이 악화됐고, 베스의 출몰로 인해 토종어류들은 씨가 마른 상태라고 한다. 농어촌공사 동진지사는 대화 저수지의 수질개선을 위해 지난 10월 인공섬을 설치했다.
▲ 대화 저수지 주변에는
대화 저수지 주변의 관광지를 찾기 전에 꼭 한 번쯤 들러야 하는 곳이 있다. 저수지를 끼고 형성돼 있는 대화리 입구 쪽에 있는 벚꽃길이 그 곳이다. 계절적 한계는 있지만 50m 남짓한 도로 양쪽으로 심어진 아름드리 벚나무에는 봄이면 전국의 어느 유명 벚꽃길 부럽지 않은 풍광을 자랑한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한가로운 여유는 덤이다.
이와 함께 폐광을 관광지로 개발한 '냉굴'도 추천할만한 곳이다. 저수지 주변에는 모두 3곳의 냉굴이 있다. 금구면 오봉리 양석마을의 '양석냉굴'과 오봉리에 있는 '봉림냉굴', 선암리의 '싸리재냉굴'이다.
이 3곳의 냉굴은 한여름 더위를 씻을 수 있는 곳으로, 외부 온도가 아무리 높아도 폐광 내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으로 인해 항상 12℃ 정도를 유지한다. 주변의 먹을거리로는 매운탕이 유명하다. 저수지 주변에는 4~5곳의 메운탕 집이 성업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