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사즉생(死卽生)의 길 - 백성일

요즘 LH 본사 유치에 대한 일련의 행태를 보면 답답하다. 경남 국회의원들은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교묘하게 구사, 이미 진주 유치를 기정사실화 해버렸다. 박희태국회의장,김무성한나라당 원내대표,고흥길정책위의장 등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렸다. 전북에서 강력하게 항의하자 그런 일 없다는 듯이 분산 배치가 원칙이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

 

도내에서 조차 LH 본사 유치를 놓고 설왕설래 한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굳이 억지춘향이 격으로 관제데모 할 필요가 있느냐부터 시작해서 이미 게임 끝난 걸 갖고서 지사가 면피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상경집회를 갖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지금껏 정부 말만 순진하게 믿고 분산배치를 주장해온 전북은 강경 일변도로 나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뒷북을 치다 보니까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처럼 돼 가고 있다. 비대위원들이 망언을 규탄하기 위해 국회의장실을 찾았지만 만나지도 못해 국회 앞에서 시위만 하고 되돌아왔다. 결국 중앙언론이나 정치권으로부터 주목도 받지 못했다. 문제는 그간 정치권에서 몇몇 국회의원들만 간헐적으로 나섰을 뿐 민주당 대표를 지낸 중진의원들이 소홀한 탓이 크다. 다행히도 그제 이재오특임장관과의 간담회에는 전북 출신 의원들이 모두 자리를 함께해 의지를 다졌다.

 

전북 정치권은 권력이 한나라당으로 넘어간 이후 세력이 약해졌다. 수적으로 열세인데다 도내 민주당서도 세갈래로 나눠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당권을 놓고 정동영의원과 정세균의원측이 각개약진해 미묘한 기류가 형성됐다. 정치력 약화로 구심점 역할을 못하면서 이 정권들어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 오히려 정치적으로 고도(孤島)가 돼 패배주의만 팽배해졌다.

 

전북은 지금 새만금사업 못지 않게 LH 본사 유치가 절실하다. 새만금사업은 미래를 준비하는 사업이지만 LH본사 유치는 혁신도시 건설 사업과 직결돼 있어 더욱 그렇다. LH 본사가 유치되지 않으면 혁신도시건설사업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 그제처럼 국회의원이 전원 참석해서 목소리를 결집한 것처럼 공격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정동영·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는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전북도 살리고 두 사람도 살 수 있다.

 

/ 백성일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