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도심 속까지 파고든 멧돼지

이병채(남원문화원장)

최근 전국 곳곳에서 야생 멧돼지가 나타나 사람을 공격하고 교통사고까지 일으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고속도로에 멧돼지떼가 뛰어들어 차량과 충돌, 자동차에 화재가 발생,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까지 있었다. 또 부산에서 심야에 멧돼지 2마리가 고속도로에 뛰어들어 차량 2대와 충돌, 운전자가 크게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고, 편의점은 물론 도심 한복판 은행 C/D 박스에까지 몰려들어 소방관은 물론 엽사까지 동원, 사살 과정이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이러한 멧돼지 때문에 지리산 주변 일부 지역에는 아예 농사짓는 것을 포기해버린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산간 밭농사는 여간 간 큰 사람이 아니면 농사 지을 엄두도 못낸다. 그래도 땅을 버릴 수가 없어 그물로 이리저리 막아놓고 농사를 지어보지만 멧돼지는 당해내지 못한다. 결국 농비와 노력만 허비하고 농사는 헛방이 되기 일쑤다.

 

이런 사정을 알고 정부와 지자체가 야생조수로부터 농작물 피해를 막아보고자 농가에 전기울타리 설치까지 한 적도 있었지만 모두가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이처럼 멧돼지가 도심과 도로 등으로 침몰하는 이유는 서식 밀도가 높고 먹잇감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멧돼지 적정 서식 밀도는 1㎢당 1.1마리지만 무려 4배에 가까운 3.8마리가 서식한다고 한다. 특히 수렵이 일체 금지된 수도권에 멧돼지 서식 밀도가 전국 평균보다 배이상 높은 7.5마리로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지리산 주변 시·군의 경우 서식밀도가 더 높다는 것이다.

 

멧돼지 출몰에 따라 농작물 피해는 물론 최근 사람들을 위협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어 이에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멧돼지 개체수 조정은 수렵허가로 포획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총기로 멧돼지를 잡는다는 것은 전문 사냥꾼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멧돼지의 잦은 침몰을 두고 혹자는 지나친 보호 논리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수렵과 유해조수 포획 허가는 매년 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무제한적으로 유해조수 포획 허가를 내줘도 멧돼지 등 일부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증가되어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문제해결을 위한 당국의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 이병채(남원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