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영화]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부

시리즈 완결편…판타지에 빠지다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판타지 물을 좋아하게 된 건 다분히 해리포터 시리즈의 영향이다. 학창시절, 유행처럼 친구들 사이에서 읽혔고 '윙가르디움레비오사' 같은 주문을 외워가며 그 시절을 보낸 것. 마치 놀이처럼 여겨지던 어린 시절을 지나 10대를 훌쩍 넘긴 지금에도 헤리포터 시리즈를 보면 그 때가 생각나곤 한다. 1999년, 해리포터 시리즈의 첫 번째 편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출간됐고 2001년 영화로 처음 제작 됐으니, 책으로는 11년, 영화로는 9년의 세월을 함께 보낸 셈. 이 긴 이야기는 책으로는 끝났지만 영화는 아직 진행형이다. 그리고 이번 주 그 여정을 끝내는 마지막 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개봉됐다. 책을 축약해 영화로 만들다 보니 실패한 면이 없지 않아 있던 탓일까? 마지막 편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두 편으로 나눠 제작됐다. 1부는 지금 극장에서 볼 수 있으며 2부는 2011년 찾아올 예정. 해리포터의 종착역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책을 본 관객이 아니거나 영화로 제작된 전작들을 보지 않았다면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자칫 어려운 영화가 돼버릴 것이다. 친절하게 전 내용을 설명해 주지도 않을뿐더러 특히, 바로 전편인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와의 연관성이 높은 것. 마지막 편인만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방책으로 보이니 완결편을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미리 공부하는 예의는 갖춰야겠다.

 

전편에서 덤블도어 교장이 죽은 후 마법부는 죽음을 먹는 자에게 점령당하고 호그와트는 위기에 빠지게 된다. 해리(다니엘 래드클리프)와 론(루퍼트 그린트) 헤르미온느(엠마 왓슨)는 악의 근원인 볼드모트를 물리칠 수 있는 유일한 단서 호크룩스를 찾아 여정을 시작하지만 볼드모트와 해리의 영혼이 연결돼 있는 탓에 볼드모트를 파괴하길 주저한다. 이들의 대결은 점점 극한으로 치닫고 세 친구는 끊임없는 어려움을 겪는데.

 

앞에서 언급했듯 해리포터 시리즈의 스토리는 그 양과 깊이가 너무 방대하고 깊다. 단순히 몇 자 적는다고 해서 그것들을 파악하기는 힘들 것. 하지만 스토리 대신 영화의 다른 면들은 짚고 넘어갈만하다. 일단 2011년 '죽음의 성물 2부'는 3D로 제작된다는 것. 그래서 1부에서도 다음 편을 염두 해 놓은 장면들이 눈에 띈다. 도비와 크리처 같은 디지털 배우들의 완성도가 매우 만족스럽고 이들의 조연으로서의 역할도 칭찬할만하다. 대신 해리포터 시리즈 중 이번 편이 가장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라는 것은 기억하길 바란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조명을 전혀 쓰지 않은 연극 무대 마냥 명도와 낮은 영상인 것. 그래서 배우의 얼굴도 제대로 인식 못할 수 있으니 좀 더 뚜렷한 디지털 필름 상영관에서 관람하길 권한다.

 

사실 지금까지 해리포터 시리즈를 지켜온 관객들의 일부분은 '시작했으니 끝가지 봐야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편은 그런 의무감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뿐더러 마지막 시리즈다운 긴장감과 재미가 가득 찼다. 비록 다 커버린 주인공들이 조금은 징그럽게 느껴지고 원작과 흡사한(거의 똑같은) 구조가 지루하다 느낄 수도 있겠지만 해리포터의 오래된 팬으로서 이번 편은 '대박'과 '강추' 두 단어로 설명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