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년 퇴임을 한 이모씨(64세·남)는 매일 아침이 두려워진다. 몇 년 전부터 한쪽 눈의 시야가 흐리고 글자가 굽어져 보이더니 이제 다른 쪽 눈에서도 동일한 증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평소 건강관리에 자신있었던 그였기에 이러한 증상을 단순한 노안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 안과를 찾은 이씨는 자신에게 찾아온 증상이 황반변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씨에게 찾아온 황반변성이라는 질환은 망막 뒤쪽에 신생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나 시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황반이 손상됨에 따라 짧으면 수개월, 수년 안에 실명하는 안질환이다. 서구에서 65세 이상 인구에서 실명을 하게 되는 원인 중 가장 흔한 원인으로 황반변성이 꼽힌다.
더욱이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40세 이상 우리나라 성인의 황반변성 유병률은 11.8%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노령화와 서구화된 식습관, 그리고 운동·레저 등 야외활동으로 인한 자외선 과다 노출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황반변성은 초기 증상이 미약하기 때문에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각하지 못했던 질환은 중기 이상으로 발전되었을 때 비로소 글씨가 흔들리거나 선이 굽어져 보이는 증상을 보인다. 심할 경우, 중심시력을 상실하여 사물의 테두리만 보이기도 한다.
황반변성 환자의 상당수는 한쪽 눈에 먼저 질환이 나타나고 나머지 반대쪽 눈은 정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질환 초기에는 본인의 시력이나 시야에 문제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질환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황반변성이 대부분 중·노년층에서 발병하기 때문에 노화에 따른 노안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도 황반변성 조기 발견을 막는 장애물이다.
한쪽 눈에 습성 황반변성이 있는 경우에는 대개 5년 안에 환자의 약 30~40%에서 반대쪽 눈에도 황반변성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한쪽 눈에 습성 황반변성을 진단 받았다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아서 황반변성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시력상실과 실명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비만, 흡연, 고혈압, 자외선 노출 등 황반변성을 야기할 수 있는 위험인자를 차단하는 것도 황반변성 진행을 막을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평소 혈압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체중관리를 하며 지방섭취를 줄이고 항산화 비타민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외출을 할 때에는 선글라스를 착용하여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흡연은 혈관수축으로 인한 혈액순환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금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황반변성이 악화되었다면 레이저 치료, 광역학 요법, 항체 주사시술을 통해 질환의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 특히, 루센티스라는 항체 주사는 황반변성 환자의 시력을 두 단계 이상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습성 황반변성 환자의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루센티스 주사제는 처음 3개월간은 한 달에 한 번씩 투여하고, 경과를 본 뒤 추가로 투여해야 한다.
이처럼 이미 한쪽 눈에 황반변성이 나타난 환자라면 적극적인 검진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질환의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정기적인 안과 검진만이 반대쪽 눈의 실명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권의용 (전북대학교병원 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