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전북문화 결산] ⑤문화재·학술- '전주 재조명' 계기

어진박물관 개관, 조선왕조 발상지 확인

올해 사회 전반의 분위기는 위축됐지만, 문화재·학술 분야에 있어 의미있는 사건들이 적지 않았다. 우선 태조 어진 600주년 전주 봉안을 맞아 어진박물관이 전주 경기전에 개관해 전주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널리 알리는 자리가 됐으며, 조선왕조의 발상지 전주를 재조명하는 시민강좌와 학술대회가 줄을 이었다. 전주대 인문과학종합연구소와 사단법인 한국고전문화연구원이 호남권 고전 번역 거점연구소로 지정 돼 한문 고전을 번역하고 지역별 고전번역 인재를 양성할 수 있게 됐다. 문화재청은 전주 객사(보물 제583호)를 전주 풍패지관(豊沛之館)으로 이름을 바꿨다.

 

어진박물관에 전시된 태조어진 행렬 모습. 추성수(chss78@jjan.kr)

 

▲ 태조 어진 600주년 기념 어진박물관 개관

 

태조 어진 경기전 봉안 600주년 기념 행사는 정부의 미온적인 예산 지원으로 국가행사로는 열리지 못했다. 하지만 조선시대 어진을 봉안한 과정을 재현한 기념대제는 트위터 검색어 1위에도 올랐을 만큼 시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경기전 뒷편에 건립된 어진박물관은 지상 1층, 지하 1층, 건물면적 1194㎡로 어진실과 가마실, 역사실, 수장고, 기획전시실 등을 갖춰 문을 열었다. 어진박물관은 개관 20일 만에 7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됐으며, 전주가 조선왕조의 본향임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 전북 뿌리찾기 학술대회·시민강좌

 

개관 20주년을 맞는 국립전주박물관은 전북과 전주의 역사성·정체성을 찾는 전시와 학술대회를 열었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조선왕실과 전주'를 주제로 한 '토요 명사 초청 강좌'로 조선의 의궤·왕과 왕위계승·도자 등을 재조명했으며, 조선 왕실문화를 주제로 국제 학술 심포지엄도 열었다. 전주역사박물관은 태조 어진 경기전 봉안 60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와 첫 전주학 연구지원사업인 '전주학 콜로키움'을 진행했으며, 이동희 전주역사박물관장과 이희권 전북대 사학과 명예교수의 공동 작업으로 전주학 총서 「경기전의」의 완간해 지역학 연구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 전북역사문화학회도 '전북 향토사 재발견'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를 처음 열어 향토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으며, 학술대회를 정례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전주대, 고전번역 거점연구소 선정

 

전주대 인문과학종합연구소와 사단법인 한국고전문화연구원이 호남권 고전 번역 거점 연구소로 지정됐다. 이는 한문 고전을 번역하고, 한문 번역 인재를 양성하는 30년 장기 프로젝트. 연구책임자 변주승 전주대 교수를 주축으로 10년간 연구비 25억을 지원 받아 협동번역사업을 진행한다. 연구소는 올해부터 양곡 소세양, 유헌 정 황, 현곡 조위한 등 임진왜란 전후 호남 대표 시인들의 문집과 여암 신경준, 이재 황윤석, 간재 전우 등 유학자들의 문집 번역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조선 후기 인문지리지 「여지도서(輿地圖書)」(총 50권)를 출간한 변주승 교수를 포함한 연구진들은 2012년에 「국역 추안급 국안」(총 100권)도 간행할 예정이다.

 

▲ 백제문화 관심·아쉬움 교차

 

지난해 '국보 중의 국보'인 익산 사리장엄구 출토로 백제문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백제문화권종합개발사업이 국가 예산이 확보되지 못하면서 13개 중 5개 사업만 마무리됐다. 하지만 사리장엄구 유물이 발견 이후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으며, 왕궁리유적전시관 개관 이후 일본인들의 방문도 늘어나고 있어 백제문화권종합개발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백제시대 미륵사지 석탑(국보 11호) 기단부 발굴 조사에서 토제 나발(소라 모양으로 말아 올린 부처의 머리카락)과 금동장식편 등 유물 27종 290여 점을 출토했으며, 지난해 미륵사지 석탑에서 금동사리호와 함께 발견된 청동합에서 금제장식, 직물류 등 4800여 점의 보물도 잇따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