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환 전주대 교수(64)는 수필을 프리즘에 비유한다.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 빨·주·노·초·파·남·보가 나온다. 수필도 마찬가지다. 사람과 사물을 꿰뚫는 통찰력을 갖춰야만 훌륭한 수필이 나온다.
그가 정년을 맞아 두 권의 수필집 「옛 수필문학의 산책」(국학자료원)과 「예전엔 정말 왜 몰랐을까」(수필과비평사)를 펴냈다.
「옛 수필문학의 산책」은 설총, 혜초, 최치원 등 우리 수필 문학의 전범이 될 수 있는 고전을 모아 해석을 덧대 수필 읽는 맛을 새롭게 전한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은 우리나라 국보를 넘어선 세계적인 보물입니다. 그는 바닷길로 인도에 가서 모든 성지를 순례해 기행수필을 냈어요. 고구려 출신 당나라 장수 고선지가 이슬람대군과 격전을 치른 751년보다 24년이나 앞섰습니다. 또 언어는 얼마나 해박했습니까."
그는 "최치원이 한 장의 서간문인 격서(檄書) 하나로 반란을 일으킨 역적 황소를 물리치는 촌철살인의 괴력을 발휘했다"며 장덕순의 「한국수필문학사」와 「수필문학」을 인용해 그의 서간은 시이면서도 산문이고, 인간적인 면모가 잘 드러난다고 적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고대부터 뛰어난 선조를 두어 독창적인 문화를 가꾸어온 결과 침략과 압제 속에서도 꿋꿋하게 민족혼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책에는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전국 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작도 실어 오늘의 수필 경향을 살폈다. 현대의 수필을 옛 수필과 비교해보는 묘미도 있지만, 예향(藝鄕)이자 문향(文鄕)인 전북에 뛰어난 수필가가 줄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기도 하다.
「예전엔 정말 왜 몰랐을까」는 그가 지난 30년 간 이곳 저곳에 썼던 수필들을 엮은 책이다. 그는 "요즘 이쁜 인기 여가수들이 '부끄','부끄'를 연발하며 노래하는 것처럼 두번째 수필집을 내면서도 부끄러운 건 여전하다"며 "3년 전 출간한 「그 말 한마디」에 50편이 담겼고, 이번 책에도 50편이 담겨 꼭 100편이 모아졌다"고 했다.
책에는 아이를 낳고 힘겹게 살아가는 시집 간 딸을 보면서 대학 민주화를 외쳤던 젊은 시절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는 모습도 있고,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삶을 포기하고 싶어했던 모습도 담겼다. 그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세상이 곱게 보여져 넘기게 되고, 듣는 것도 놓치기 일쑤라 세상사 그렇게 더불어 살아가도록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무릎을 탁 치며 "예전엔 정말 왜 몰랐을까."란 말을 되뇌이게 만드는 책이다.
장수 출생인 그는 전주대 부총장, 국어문학회, 한국언어문학회장을 역임하고, 국어문학회, 한국언어문학회 평의원과 고시가연구회, 한국가사문화 학술진흥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조선가사문학론」과 「고전시가 선독」, 「현실로 본 맹자 철학」 등을 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