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은 광저우에서 아시안게임 처음으로 단 한 명도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한 채 동메달 2개로 대회를 마쳤다.
여자부 성수연(18.여주여고)이 대진운 덕분에 한 경기도 치르지 않은 채 동메달을 확보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 복싱이 실력으로 거둔 메달은 남자 60㎏급의 한순철(26.서울시청)이 유일한 셈이다.
메달밭의 영광을 누리다가 '광저우 참사'라는 큰 시련을 겪은 한국 복싱이 충격을 딛고 '부활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대한아마추어복싱연맹은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신임 안상수 회장을 중심으로 잇달아 회의를 열고 2012년 런던 올림픽 등 눈앞에 닥친 국제대회에서 명예회복을 하기 위한 프로젝트 마련에 나섰다.
우선 한국 복싱 사상 처음으로 국가대표팀 감독과 코치를 공개 채용한다. 중립적인 인사로 심사위원을 채워서 파벌에 얽매이지 않는 능력 있는 인물에게 국가대표의 지도를 맡긴다는 복안이다.
대한복싱연맹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채용 공고를 27일 낸다. 경기지도자 자격증 1급 이상 소지자로 지도 경력 4~5년 이상인 사람은 감독에, 2급 이상 소지자(경력 2~3년)는 코치에 지원할 수 있다.
서류 전형과 면접 등의 절차를 거치면 내달 18~20일께 새로운 감독이 뽑힌다.
또 무엇보다 세계 정상급 선수와 제대로 겨룰 수 있는 선수 육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한국 복싱은 지난 광저우 대회에서 금메달 후보로 꼽았던 이진영(23.국군체육부대), 신종훈(21.서울시청) 등이 줄줄이 8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전통적으로 스피드를 중시하는 한국 복싱은 가벼운 펀치를 쏟아냈지만 점수로 연결되지 않았다. 반면 상대는 기다렸다가 노려치는 한 방으로 차곡차곡 포인트를 쌓았다.
한 복싱 지도자는 "현재 세계 복싱은 파워 복싱을 추구하고 있다"라며 "반면 한국은 스피드를 이용한 아웃복싱을 구사하기 때문에 방어와 파워가 취약하다. 파워와 스피드를 혼합한 선수를 양성하기 위한 기술, 체력 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선택과 집중'에도 신경을 써서 메달 획득 가능성이 큰 경.중량급에 대한 집중 지원도 고려하고 있다. 아울러 복싱 강국 팀을 초청해서 경기하고 국제 대회에도 자주 출전시켜 선수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앞서 내달 26~27일에는 충북 수안보에서 전국 아마추어 복싱인이 모두 참가하는 대규모 워크숍을 개최해 한국 복싱의 발전 방안을 모색한다.
이와 함께 국제복싱연맹(AIBA) 등 국제단체와도 적극적으로 교류해 나갈 예정이다. 대한복싱연맹의 전 집행부가 AIBA와 갈등을 빚은 탓에 행정 공백이 생기면서 국제무대에서 불이익까지 받은 어려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실제로 국가대표팀은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곤란을 겪기도 했다. AIBA가 대회 직전 한국의 회원 자격을 잠정 박탈했다가 풀어준 탓에 대회 출전 길이 막힐 뻔하다가 겨우 뚫렸다.
대한복싱연맹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6년 브라질 올림픽을 겨냥해 차기 국가대표로 성장할 꿈나무 육성에도 투자한다.
대한복싱연맹은 유망주를 여름과 겨울철 국외에서 장기 전지훈련을 내보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남자 20명, 여자 5명 내외의 꿈나무를 뽑아서 복싱 강국인 카자흐스탄과 인도에 보내 합동 훈련 등을 통해 기량을 끌어올리는 안이다.
안상수 대한복싱연맹회장은 "한국 복싱은 무엇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당면과제"라면서 "선수의 성장 잠재력 등을 고려해서 런던에서 실질적으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를 선발해 육성할 계획이다. 또 최대한 투명하게 국가대표 감독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